英, 일반인 통화·이메일·문자메시지 영장없이 정부 조회 허용 추진

입력 2012-04-02 18:52

영국 정부가 국민들의 통화,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에 대한 정부 조회를 허용하는 법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보수당연립정부는 여왕의 대국민연설이 예정된 다음달 9일 이 법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새 법안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 없이도 경찰이나 정보기관 등이 일반인들의 이메일, 전화통화, 문자메시지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인터넷 회사들은 영국의 감청기관인 정보통신사령부(GCHQ)가 실시간으로 국민들의 통신 및 인터넷 사용 내역에 접근이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BBC방송은 설명했다. 그러나 GCHQ의 모니터 대상은 누가 누구와 통신을 주고받았는지, 언제 통신 행위가 일어났는지, 얼마나 지속됐는지 등이다. 통화나 메시지의 내용은 제외된다.

정부는 국민 반발을 의식해 강력 범죄와 테러를 막기 위해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노동당 정부도 2009년 유사 제도를 도입하려 했으나 무산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내무부 대변인은 “시민을 범죄와 테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통신 데이터 입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정부가 수집할 데이터에는 통화나 메시지 내용은 제외되기 때문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기존 법률에도 저촉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인권단체 빅브라더와치 대표는 “민주주의 국가 영국을 중국, 이란 같은 철권통치 국가 반열에 올려놓는 전례 없는 조치”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는 온라인 프라이버시 침해일 뿐 공공의 안전을 증진시키는 효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회사나 이동전화사도 시스템 구축비용이 자신들에 전가될 것을 우려해 부정적이다.

이런 이유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하려면 험난한 과정을 거쳐할 것으로 현지 언론은 내다보고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