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선거인단에 압력… 렁춘잉 당선시켰다” 홍콩 대규모 反中시위

입력 2012-04-02 18:51

새로 행정장관에 당선된 렁춘잉(梁振英·57)이 취임하기도 전에 그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1일 홍콩에서 벌어졌다고 홍콩 언론이 보도했다.

1만명 가까운 홍콩 주민들은 지난달 25일 행정장관 간접선거가 치러진 뒤 첫 일요일인 이날을 맞아 선거에 개입한 중국 정부를 성토하면서 직접 선거를 요구하는 “1인당 1표를!”이라는 구호 등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홍콩을 사랑한다. 그러나 공산당은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깃발 등을 앞세운 채 시가행진을 벌이면서 “이리가 권력을 잡았다. 홍콩인들은 분노한다”고 외치기도 했다. 이리는 렁춘잉의 별명이다.

이들은 “중국이 행정장관 선거인단에 압력을 행사해 렁춘잉을 당선시켰다”면서 “‘1국 2체제’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중에는 “우리는 82.2%다”라고 쓴 플래카드를 준비한 사람도 있었다. 렁춘잉이 한때 홍콩 주민으로부터 17.8%에 불과한 지지를 받았던 점을 풍자한 것이다. 이들은 시가행진을 마친 뒤 중국 정부 홍콩연락사무실 접근을 시도하면서 최루탄을 쏘는 경찰에 맞서다 밤 10시쯤 해산했다. 홍콩의 정치분석가들은 “천안문 사태 추도일 등 특별한 날이 아닌 데 비춰보면 사람이 많이 모인 것”이라며 “렁춘잉의 앞날에는 상당한 경고”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