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사찰 공방 가열] 새누리 “불법사찰 전·현 정권 다 특검하자”… 與·靑 ‘盧정부 엮기’ 역공

입력 2012-04-02 21:42

새누리당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 의혹 파문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 전방위로 뛰고 있다. 청와대는 3일째 전임 정권들에서도 정치인 사찰이 이뤄졌다며 야당을 압박했다.

새누리당은 2일 전·현 정권에서 이뤄진 모든 사찰 의혹에 특검 수사를 받도록 하자는 카드를 내놓았다. 같은 뿌리인 이명박 정권과 등을 돌릴 수 있다는 부담감은 있지만 총선 악재로 작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인 셈이다.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은 강원도 총선 지원 유세에서 “작년과 재작년에 현 정부가 나를 사찰했다고 주장한 것이 지금의 야당이다. 그렇게 말해놓고 갑자기 내가 불법사찰의 동조자라고 비방하고 있다”고 민주통합당을 공격했다. 자신을 ‘더러운 정치의 2인자’로 비판한 데 대해선 “이것이야말로 말 뒤집기이고 뒤집어씌우기”라고 했다. 그는 “지난 정권, 현 정권 모두 저를 사찰했다는 언론 보도가 여러 번 있었는데 사실이었던 것 같다. 이 문제는 진상을 끝까지 규명해 실체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일 선대위 대변인도 “정부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데 대해 사과하고 권재진 법무장관 등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민간인과 정치인을 사찰했다는 자료가 나왔는데 보도된 문건을 보면 충격적”이라고 주장했다.

이혜훈 선대위 종합상황실장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 정권이든 전 정권이든 사찰 문제에서는 자유롭지 않다”면서 “사찰과 관련돼 의심 받는 모든 문건을 공개하고 철저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 실장은 “(민주당이) 125배나 되는 뻥튀기 폭로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선거를 치러야 하는 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선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상돈 비상대책위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이 (불법사찰을) 몰랐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대통령이 속 시원하게 발표하는 게 의문을 푸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정부의 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이 작성한 2000∼2007년의 사찰보고서를 현재 총리실이 갖고 있으며, 여기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당시 정치인 10여명에 대한 사찰 내용이 들어있다고 이날 밝혔다. 이 중에는 4·11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도 최소 2명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최금락 홍보수석이 “사찰 문건의 80% 이상이 노무현 정부 시절 이뤄졌다”고 밝힌 상황에서 이 같은 구체적인 자료가 공개될 경우 민주당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안팎의 판단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당장 추가 공세를 취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까지는 (민주당의) 엄청나게 잘못된 발표 내지는 주장을 바로잡기 위해 방어적 차원에서 발표한 것이지 의도적으로 공개하려는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