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사찰 공방 가열-3대 쟁점 정리] (1) 감찰 허용범위 어디까지 인가
입력 2012-04-02 18:49
공직자 비위 연루된 민간인 조사, 자발적 협조 땐 적법
사찰 문건에 담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조사활동은 적법한 직무감찰인가 불법사찰인가.
법원 판례와 검찰 설명을 종합하면 합법감찰과 불법사찰은 ‘조사대상’과 ‘조사방식’에 의해 구분할 수 있다. 대통령령인 ‘국무총리실과 그 소속기관 직제’와 총리훈령인 ‘공직윤리업무규정’에 따르면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공직사회 기강확립, 부조리 취약분야 점검 및 제도개선, 공직자 복무관리를 수행한다. 따라서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의 비리, 근무태만 등을 파악하는 활동은 정상적인 직무감찰에 해당된다. 하지만 공직자라도 직무감찰과 관련 없는 사생활까지 조사받을 의무는 없다는 게 법조계의 견해다.
‘조사대상’이 민간인이라고 해서 모두 불법사찰은 아니다. 판례를 보면 공무원 등의 비리와 관련이 있으면 민간인에 대한 조사도 적법한 감찰로 볼 수 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4월 공직윤리지원관실 업무 범위에 대해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의 비위사항 등에 관련된 민간인에 대해 자발적인 방법으로 공무원 등의 비위사항을 확인하는 정도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최근 공개된 사찰문건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사례로 제시된 ‘H산부인과’의 경우 관할 보건소 공무원에 대한 금품공여 첩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조사였기 때문에 정상적인 감찰로 볼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공직자의 비위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민간인 조사가 불가피했는지, 수사기관에 이첩했어야 할 사안은 아니었는지에 대한 논란은 남는다.
‘조사방식’에 있어서는 공직자나 민간인을 불문하고 도청 등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경우로 불법사찰이다. 검찰 관계자는 2일 “미행도 대상자가 불편함을 느낄 정도가 되면 벌금 10만원 이하의 경범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직자는 물론 민간인의 경우도 일반적인 풍문이나 동향을 수집하는 정도여서 강압적으로 외부에 어떤 행위를 한 것이 없거나 자발적인 협조를 얻어 자료를 수집했다면 불법사찰이 아니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 부부 내사와 관련해 사건 관계인들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직권남용으로 기소됐다. 하지만 관계인들이 자발적으로 자료를 제공해 법률상 의무가 없는 일을 하도록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2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 관계자는 “직권남용 여부와 대상자에 대한 강요 등 액션이 있었는지가 판단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