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돈協 ‘항의’에 굴복… 돼지고기 출하 중단 위협에 ‘무관세 삼겹살’ 대폭 축소

입력 2012-04-02 20:14

정부가 물가안정 차원에서 추진했던 할당관세(무관세) 삼겹살 수입물량을 양돈농가의 돼지고기 출하 중단 위협으로 인해 대폭 축소했다.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결정을 2주일도 안 돼 바꾼 데다 처음부터 당사자인 농가들과 제대로 협의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비판이 일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대한한돈협회(전 양돈협회)와 4∼6월중 할당관세 적용물량을 기존의 7만t에서 2만t으로 줄이기로 합의했다고 2일 밝혔다. 2분기에 국내 공급량이 부족하거나 가격이 급등할 경우 양측이 추가 물량을 협의해 운영키로 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한돈협회는 이날부터 강행하려던 돼지고기 출하 중단을 철회했다.

하지만 정부가 불과 10여일 전 발표한 사안을 이익집단의 항의에 크게 후퇴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봄철 수급불안에 대비해 삼겹살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기한을 1∼3월에서 4∼6월까지 연장하고 물량을 5만t에서 7만t으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이에 한돈협회는 지난달 28일 “대규모 할당관세 물량 수입은 농가를 사실상 말살하려는 의도”라며 2일부터 마트나 정육점 음식점 등에 돼지고기 출하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정부가 물량 대폭 축소로 입장을 후퇴했다.

정부가 할당관세 운용 물량을 기존 5만t보다 대폭 줄이면서 처음부터 삼겹살 수급계획이 잘못 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격 급등 등 상황에 따라 추가수입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공급량 부족이나 가격 급등의 기준이 뚜렷하지 않아 정부와 농가간 해석차이를 낳을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실적주의 행태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한한돈협회 김동성 상무는 “농식품부와 3월 돼지 도축도수를 지켜본 뒤 할당관세 물량을 정하기로 했는데 정부가 지난달 20일에 갑자기 발표했다”며 “정부가 물가안정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무리수를 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