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
입력 2012-04-02 18:36
4·11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29일 새누리당이 자체 여론조사 결과 승산지역이 70곳에 불과하고, 야당이 190석을 가져갈 수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러자 민주통합당은 “소가 웃을 일”이라며 “소를 그만 웃기고, 소를 키워야 하지 않겠나”라고 비꼬았다.
이처럼 요즘 정치판에서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는 속담이 자주 인용되고 있다. 너무 기가 막히거나 어처구니없는 말이라는 뜻이다. ‘개가 웃을 일’이라는 속담도 있으나, 소가 훨씬 많이 쓰인다. 그 이유는 좀체 웃지 않는 정직하고 묵묵한 소의 특성 때문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런 사례도 있다. 민주당은 ‘이명박근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박근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도 총선에서 심판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새누리당은 과거 이 대통령이 세종시 원안을 수정하려 했을 때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투쟁해 제동 건 정치인이 박 위원장이란 점을 들어 “동반책임 운운하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라고 맞받아쳤다.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파문과 관련해서도 등장한다.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에게 호통 치듯 “내가 몸통”이라고 주장하자, ‘윗선’의 사찰 은폐 개입 의혹을 제기한 장진수 전 지원관실 주무관의 변호인인이자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30번인 이재화 변호사는 “소가 웃을 일”이라고 일축했다.
파업 중인 KBS 새노조가 2600여 건의 사찰 문건을 확보해 일부를 공개한 데 맞서 청와대가 어제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며 노무현 정부에서 만들어진 것이 2200여 건이라고 역공했다. 이에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소가 웃을 일”이라고 맞받았다. 노무현 정부 당시 만들어진 문건의 존재는 인정하지만, 그때 한 것은 적법한 감찰이고 현 정부가 한 것은 불법 사찰이라는 주장이다.
각각의 쓰임에는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식언(飾言:거짓말)이나 교언(巧言:교묘히 꾸민 말), 허언(虛言:빈말), 췌언(贅言:군더더기 말) 중 하나일 듯하다.
KBS 새노조의 사찰 문건 공개에 우쭐하던 민주당에 청와대가 일격을 가하면서 공방은 가열되고 있다. 여야는 서로 자기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사태가 전개되도록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소가 정말 까르르 웃을 일’이 생길 것 같은 분위기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