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선영 의원이 떠나가는 정치판
입력 2012-04-02 18:28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자유선진당 박선영 국회의원이 18대 국회를 끝으로 여의도 정치판을 떠난다. 박 의원이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탈북자 사랑, 의정활동 소회, 함량 미달인 의원 행태 등은 자못 의미심장하다.
중국에 억류된 탈북자의 북송을 저지하기 위해 박 의원이 보여준 것은 비폭력 단식이었다. 의사가 나이와 체력을 감안해 1주일간 단식을 권했지만 박 의원은 11일간 단식하다 실신할 정도로 자기 몸을 희생했다. 걸핏하면 폭력을 일삼는 의원들과 국회에서 최루탄까지 터뜨린 김선동 의원은 박 의원의 ‘비폭력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
박 의원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각 당에서 한 명씩 국회대표단을 구성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에서는 한 명도 나서지 않았다. 박 의원과 새누리당 김형오·안형환 의원만 참여한 것이다.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면 중노동과 고문은 물론 처형될 위기에 몰린 탈북자들의 인권을 도외시한 좌파·진보 진영의 이중 잣대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김선동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려고 서명을 받았지만 필요한 의원 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는 박 의원의 발언은 동료 의원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후안무치한 일도 서슴지 않는 국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회의원 정수를 200명으로 줄이되 100명을 비례대표로 하자는 것이 박 의원의 지론이지만 사상 처음으로 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늘린 여야의 ‘담합’은 철밥통을 연상시킨다. 박 의원은 고액연봉을 받으면서 놀고먹는 국회의원을 불로소득자라고 부른다. 맞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자격이 없는 후보들을 과감하게 솎아내야 한다.
박 의원은 6·25국군포로, 납북자, 일본군위안부, 사할린 한인 등을 ‘역사의 조난자’라고 표현하며 깊은 애정을 쏟는 이유에 대해 “국가의 존재 의미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민은 그의 올곧은 역사인식을 깊이 되새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