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센터 25시…명의를 찾아서] (11) 고려대 안암병원 암센터
입력 2012-04-02 18:22
국소 전립선암 로봇수술 완전제거율 95% ‘세계 최고’
고려대 안암병원의 암 진료 체제는 주축인 암센터와 폐암센터, 유방센터, 로봇수술센터 등 4개의 특성화센터가 다각적으로 협진을 하는 형식으로 구축돼 있다. 암센터는 폐암과 유방암을 제외한 다른 암 진료의 종합 사령탑 역할을 수행하고, 로봇수술센터는 이들을 필요에 따라 전 분야에 걸쳐 지원하는 형식이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거의 모든 암 치료에 내시경과 방사선 치료기를 적극 활용, 암 조직만을 정확하게 제거하고 수술 흉터를 최소화해주는 시스템을 마련해 다른 병원들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암 환자에게는 완치라는 1차 목표 달성 못지않게 치료 후 조기 회복 및 삶의 질 향상도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 까닭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김열홍(53·종양혈액내과 교수) 암센터장은 2일 “특히 우리는 각종 암을 내시경 또는 로봇수술로 제거하는 분야에서 국내 다른 어떤 병원보다 앞서 가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위암, 갑상선암, 대장암, 유방암 치료 선두=한 예로 최근 들어 내시경 끝에 달린 전극의 고주파 열을 통해 암세포를 태워 없애는 ‘조기위암 내시경 점막절제술’을 들 수 있다. 이 시술은 1980년대 후반 이 병원 소화기암 진료팀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이래 급속히 각 병원으로 퍼져 지금은 조기 위암을 치료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
김 센터장은 “위암의 빠른 발견을 위해서는 내시경 검사가 필수인데, 고려대 안암병원은 일찌감치 치료내시경 시술을 선도적으로 활용해 국내 위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고 자랑했다. 실제 이 병원 소화기내과 전훈재 교수팀의 조기위암 치료 내시경 시술 성공률은 95% 이상에 이르고 있어 미국 및 유럽의 유명 암센터 치료성적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위암뿐이 아니다. 여성 암 1위인 동시에 연평균 25.7%의 증가율을 보이는 갑상선암과 유방암 진료 분야에서도 내시경 및 로봇수술을 적극 활용해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이비인후과 정광윤 교수는 이에 대해 “미용적 효과뿐만 아니라 암의 완전 제거가 중요하기 때문에 내시경이나 수술용 로봇을 이용한 암 수술이 크게 각광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첨단 로봇장비로 국내 의학사 새로 쓴다=우리나라 대학병원들의 암 치료성적은 대부분 국제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특히 로봇을 이용한 암 치료의 경우 의료의 본고장 유럽과 미국보다 앞설 정도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려대 안암병원 로봇수술센터 천준 센터장(비뇨기과)은 이 가운데 특히 국소 전립선암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천 교수팀의 로봇수술을 이용한 국소 전립선암의 완전 제거율은 평균 95%를 웃돌고 있다.
천 교수는 “미국에 비해 10여년 늦게 국내에 도입된 로봇수술 분야에서 이렇듯 우리가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전통적으로 로봇수술법이 많이 적용된 전립선암 수술뿐 아니라 직장암, 위암, 갑상선암을 비롯한 여성에게 흔한 암과 심장질환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적용해 온 덕분일 것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대장항문외과 김선한 교수도 수술용 로봇 ‘다빈치’를 직장암과 대장암 수술에 적용하는 가이드라인을 개발, 전 세계 외과 의사들에게 전수할 정도로 로봇수술 암 치료 전문가 반열에 올라 있다. 김 교수는 “직장암 수술은 좁은 골반강 내에서 이루어지는 수술로 시야확보가 어려운 수술 중 하나인데, 로봇수술을 이용하면 3차원 입체 영상을 이용한 해부학적 구조파악이 쉬워 수술을 더욱 정교하게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암 치료로 승부=로봇수술 및 소화기암 치료 분야 못지않게 고려대 안암병원이 특화에 성공,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경쟁력을 갖춘 곳이 유방센터다.
이 병원은 유방암 등 유방질환을 집중 진료하기 위해 2008년 4월 유방센터를 새로 개소했다. 검사에서 진단, 치료까지 유방암 진료 전반에 걸쳐 원스톱 서비스로 여성 환자들의 편의를 최대한 높여주자는 의도였다.
이곳에는 맘모그라피와 유방초음파, 맘모톰 등 유방암 검진 및 치료에 필요한 최첨단 방사선기기가 망라돼 있다. 센터장은 한국유방암학회장을 역임한 내분비외과 배정원 교수가 맡고 있다. 그 외에 병리과 김인선 교수, 종양혈액내과 박경화 교수, 영상의학과 조규란 교수, 방사선종양학과 김철용 교수 등이 한 팀을 이뤄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유방암 검진 및 치료를 도모하고 있다.
유방센터는 또한 ‘암 환자 서포트(지원)팀’과 ‘다학제 진료 시스템’ 확립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암 환자 서포트팀 운영은 암 환자의 정신적인 안정을 되찾아 주기 위한 노력은 물론, 수술 후 각종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재활 및 운동요법, 합병증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영양상담에 집중한다. 또 다학제 진료 시스템은 유방에서 발생한 암 덩어리가 임파선과 위, 폐, 췌장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련 전문의 5∼7명이 한 자리에 모여 앉아 최적의 치료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장치다.
배 교수는 “한 환자를 놓고 다수의 전문의들이 공동으로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 지혜를 모으면 최적의 치료 방법을 쉽게 도출해 암의 완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환자가 건강을 되찾은 상태에서 생존기간을 최대한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도 다채롭게 시도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김열홍 암센터장은
△광주(1959) △고려대 의대(1983)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박사 후 연수(1991∼1994) △대한암학회 상임이사·총무이사(2008∼2010) △보건복지부 지정 폐암·유방암·난소암 유전체연구센터 센터장(2001∼2011)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교환교수(2002)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회장(2010∼2012) △한국유전체학회 부회장(2010∼현재)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현재)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