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아들’ 이제 전설이 되다… KIA 이종범 전격 은퇴

입력 2012-04-01 19:39

또 한 명의 전설이 프로야구에서 사라졌다. 올해로 데뷔 20년째를 맞는 KIA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스타 이종범(42)이다. ‘바람의 아들’이란 별명처럼 빠른데다 파워까지 겸비한 스타 중의 스타. 한·일 프로야구와 국가대표 선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였기에 그의 은퇴가 팬들에게 주는 충격은 적지 않다. 게다가 정규리그 개막을 1주일 앞두고 발표된 그의 전격적인 은퇴선언은 발표 시점 등을 두고 많은 추측을 낳고 있다.

이종범은 31일 한화와의 시범경기가 끝난 뒤 선동열 감독, 김조호 단장과 면담을 갖고 은퇴 의사를 전했다. 이종범은 “아직 향후 진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며 “며칠간 생각한 뒤 발표하겠다”고 말해 그의 은퇴결심이 갑작스럽게 이뤄졌음을 짐작케 했다.

이종범은 2009시즌 종료 후에도 KIA로부터 은퇴 제의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현역을 고수하려는 본인의 의지가 워낙 확고해 올 시즌을 앞두고도 선수 등록을 했다. 하지만 이순철 수석코치는 지난 30일 대구에서 이종범에게 1군 엔트리에 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통보했고 이종범은 심사숙고 끝에 은퇴결정을 내렸다. 이종범은 지난해 선동열 감독 부임 후 곧바로 전력 외 통보를 해줘야지 왜 시즌 개막 직전에 통보해줬냐고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IA측은 스프링캠프에서 충분히 기회를 줬고 일방적인 제안이 아닌 ‘연봉 보전, 플레잉 코치’를 제안했다고 밝히고 있다.

어쨌든 그의 은퇴는 KIA의 전신 ‘해태 왕조’의 종식을 의미한다. 해태 시절 선수로 뛰다 현재 남은 선수는 김상훈, 유동훈 정도다. 해태 전성기 시절의 산증인이자 마지막 주인공이 은퇴했으니 해태의 추억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1993년 해태 타이거즈 데뷔 첫해부터 한국시리즈 MVP를 거머쥔 이종범은 타이거즈와 함께 4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이듬해인 1994년에는 MVP, 타격 4관왕, 골든글러브 등을 휩쓸었고 1997년에는 30홈런 64도루를 기록하면서 전성기를 맞이했다. ‘30(홈런)-60(도루)’ 기록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대기록이었다. 1997년 해태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이종범은 1998년 일본 주니치 드래곤즈로 이적했다. 팔꿈치 부상으로 고전하던 그는 2001년 8월 해태가 KIA로 인수될 때 국내 무대로 복귀, 2009시즌에는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하기도 했다. 한국 무대에서 1706경기에 출장해 1797안타를 때려 통산타율은 0.297이다. 또 194홈런에 510도루, 730타점, 1100득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에는 한·일 통산 2000 안타를 돌파하기도 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