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관, 우리가 지어 기부했으니 보상받겠다?… 롯데 ‘홍보관’ 무상운영 눈살
입력 2012-04-01 19:36
롯데그룹이 울산 과학관내에 홍보관 성격의 ‘과학 체험관’을 설치·운영해 물의를 빚고 있다. 울산 과학관은 울산시교육청이 롯데장학재단으로부터 기부받아 지난해 3월부터 운영 중이다. 개관 이후 38만명이 방문했다.
1일 울산과학관과 롯데장학재단 등에 따르면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월드, 호남석유 등 롯데그룹 계열사 6곳이 약 28억원을 출연, 그룹 광고대행사로 하여금 ‘로티로리 체험관’을 위탁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과학관내 1층 오른 편에 개관과 동시에 문을 연 이 체험관은 180㎡(55평) 규모로 과학원리를 이용해 롯데그룹 계열사들을 소개하고 있다. 체험관 공간과 운영사무실은 과학관 측으로부터 무상 임대받아 사용하고 있다.
홍보관 중 약 80%는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제품들 홍보다. 과자가 만들어지는 과정 등을 영상패널로 보여줘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과자류 소개 뒤 마지막엔 충치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자일리톨 껌을 선전한다. 이 홍보관 입장은 중학교 이하 어린이들만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롯데과자에 대한 이미지를 일찍부터 심어주려는 상업적인 것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또 시교육청이 운영하는 곳에 특정회사 제품의 홍보관이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6세 아들을 키운다는 김선영(34·여)씨는 “울산대공원 기부 등 울산의 대기업들이 지역에서 번 돈으로 조용히 기부하는데 롯데처럼 생색내는 기업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롯데는 홍보관 운영에 이어 최근 건물 안에 패스트푸드점 롯데리아와 롯데 자판기도 설치해 달라고 요구해 과학관 측이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롯데장학재단 관계자는 “교육청 쪽에서 먼저 홍보관을 운영하라고 했다”고 주장하면서 “거금을 들여 지어줬는데 홍보관 하나 있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냐”고 반문했다.
교육과학연구원과 동시 개관한 과학관은 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1만7051㎡로 롯데장학재단이 240억원을 들여 지었다. 시교육청은 과학관 내 기자재 구입에 110억원을 투입했다. 롯데장학재단은 과학관을 기부하는 조건으로 과학관과 연결된 교육과학연구원(건설비용 200억원) 건물공사 수주를 받았다.
울산=글·사진 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