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흑인소년 마틴 피살사건 파문 확산… 짐머맨 체포 시위, 백인 증오범죄도

입력 2012-04-01 19:25

미 플로리다 주 샌포드에서 발생한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17) 피살 사건을 둘러싼 후폭풍이 사그라지지 않고 들불처럼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백인 증오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흑 인권지도자의 시민불복종 발언을 놓고 폭력조장 논란이 이는가 하면 총기사용자 협회 측도 실력행사에 나서기로 해 충돌이 우려된다.

인권운동가이자 TV쇼 진행자인 앨 샤프턴 목사는 지난 30일 용의자 조지 짐머맨(28)을 체포하지 않을 경우 자신이 주도하는 ‘전국행동네트워크’를 통해 평화적인 시민 불복종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샌포드시를 겨냥한 듯 경제제재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국라디오 토크쇼 사회자인 토드 슈닛은 샤프턴의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MSNBC 측에 “그가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해고할 것을 요구하고 폭동이 발생하면 그를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흑인인권운동 전국조직인 ‘유색인종진보전국연합(NAACP) 측도 샤프턴의 발언 파장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진화에 나섰다. NAACP의 플로리자 주 세미놀 카운티 지부장인 터너 글레이튼은 “우리는 샌포드 시민들의 자제를 원한다”면서 “어떤 제재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해자 마틴이 사살될 당시 입어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떠오른 후드티를 입은 젊은이들의 끔찍한 살인범죄도 발생했다.

지난 28일 후드티 차림으로 미 의회 발언대에 올랐다가 쫓겨나간 바비 러시 의원 지역구인 시카고 시내에서는 지난 주말 후드티 차림의 흑인 남성 2명이 편의점에서 총기를 난사해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했다. 희생자들은 16∼24세 젊은이들이었다.

앞서 지난달 14일 남부 캘리포니아 캑터스 중학교 인근에서는 흑인소년 10명이 히스패닉계 백인소년을 집단 구타하는 장면이 유튜브에 올라 경찰이 이들 중 7명을 체포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동영상엔 인종비하 발언이 담겨있어 마틴 살해에 따른 증오범죄로 추정된다.

‘전미 합법적 총기 방어 협회’의 블루 라너펠드 변호사는 짐머맨 소송비용으로 1만 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올란도 센티널이 보도했다. 이 협회는 자위와 관련된 총격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총기 소지자들의 모임이다.

라너펠드 변호사는 “아직 짐머맨을 접촉하지는 못했다”면서 “그의 변호인을 만나 협회의 지원 의사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31일에는 수천명이 샌포드 사건현장에 모여 짐머맨의 체포를 촉구하는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대는 “우리는 체포를 원한다. 가슴에 총탄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샌포드 경찰서 앞까지 행진을 벌였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