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라인 강박’ 폭식증 여성 男의 18배… 짧은 시간에 많이 먹고 일부러 구토·설사

입력 2012-04-01 22:03


현재 폭식증(식이장애) 치료를 받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 이지홍(18·가명)양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고1 때부터 마구 먹고 나서 손가락으로 다 토해내기 시작했다. 이양은 몸이 좀 통통한 편이라 옷을 입으면 엄마가 자꾸 “엉덩이가 크다. 살 좀 빼라” 하고, 친구들도 장난으로 “너 통통해. 돼지야”라고 할 때마다 더 먹고, 토하게 됐다.

꽤 오랫동안 자주 토해서 그런지 지금은 설사도 잦아 고통스럽다. 그러나 먹으면 뱃속에 무엇인가 있다는 느낌을 참을 수가 없다고 한다. 심지어 우유나 물조차도…. 이양은 의사에게 “내가 2년간 걸어온 이 지옥 같은 길을 빨리 벗어나고 싶다”고 호소했다.

뚱보가 되는 게 싫어서, 통통한 몸매가 마음에 안 들어서 무작정 식사량을 줄이다가 속칭 거식증(신경성 식욕부진증)이나 폭식증으로 불리는 식이장애에 걸려 심신을 망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남성에 비해 여성의 폭식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최근 5년간 식이장애 진료환자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간 식이장애 진료환자 수가 2007년 2102명에서 2011년 2246명으로 6.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무려 18배나 많았다. 원인은 날씬한 외모를 요구하는 사회 압박에 여성들이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데다, 감정 표현이나 스트레스 해소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고 음식에 의존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도별 여성 환자 점유율은 2007년 95.2%, 2008년 91.0%, 2009년 93.0%, 2010년 95.1%, 2011년 94.7%였다. 나이별로는 20대가 43.8%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 23.9%, 40대 14.7%, 20대 미만 9.1%, 50대 6.9% 등의 분포였다.

식이장애란 지나치게 많은 음식을 2시간 이내에 빠른 속도로 먹고, 체중 증가를 막기 위해 구토와 설사 유도 약 사용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것이 1주일에 2번 이상, 3주 이상 연속적으로 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들 환자는 저체중임에도 체중 증가나 비만에 대해 극단적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음식을 거부하거나 아주 조금만 섭취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스스로 환자라고 생각하지 않거나 숨기려 하기 때문에 주위 도움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회복이 어려워지게 되므로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인지행동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섭식장애클리닉 김율리 교수는 “치료에는 특히 가족의 도움이 큰 영향을 미친다”며 “환자를 대할 때 나무라지 말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