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승리’ 전광판 발표에 지지자들 “우리가 이겼다”… 미얀마 보궐 선거 이모저모

입력 2012-04-02 00:05

미얀마의 옛 수도 양곤에 위치한 아웅산 수치 여사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청사 앞에는 1일 보궐선거가 끝난 뒤 지지자 1000여명이 운집했다. 이들은 전광판에 수치 여사가 승리했다는 선거상황이 나가자 일제히 환호했다. 지지자들은 “우리가 이겼다!”며 춤을 추거나 붉은 깃발을 흔들며 V자를 그려보였다. 한 주민은 “인민의 승리다. 우리는 그들에게 교훈을 가르쳤다”고 AP통신에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양곤 남부에 있는 빈민촌 와틴카. 수백 명의 유권자들이 1층짜리 학교 건물에 마련된 투표소 밖으로 길게 줄을 늘어섰다. 대부분이 수치 여사에게 표를 던지기 위해 나왔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수치 여사는 이날 보궐선거에서 카우무 지역에 출마했다. 이날 선거는 가택연금 등으로 20년 넘게 재야에서 활동하던 수치 여사가 처음으로 제도권 문을 두드린 것이라 미얀마뿐 아니라 세계적인 관심이 쏠렸다.

수치 여사는 작고 지저분한 이 마을에서 전날 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투표소를 방문했다. 그는 유권자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바로 차에 올라 시내로 향했다. 현장에서 수치 여사를 만난 BBC 기자는 수치가 여전히 육체적인 피로를 호소했다고 전했다. 수치는 지난주 건강 문제로 선거유세를 중단했었다.

이 마을 주민 대부분은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농부다. 이들은 미얀마의 개혁이 마을을 전혀 변화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식수도, 포장된 도로도 없다. 하지만 이들은 수치가 모든 것을 변화시키길 바라고 있다.

마을 주민 고 캐체이는 “라디오를 통해 변화에 대해 들었지만 우리의 일상은 늘 똑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치는 어쩌면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는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얀마를 오랫동안 통치해온 군부를 대신해 정권을 잡은 민간 정부는 주변의 우려와 달리 정치범 석방, 반군과의 정전협상, 수치 여사와의 직접적인 대화 등 개혁조치를 실시해왔다. 수치 여사로서는 테인 세인 대통령의 개혁을 인정하고 이번 선거에 출마한 것 자체가 정치적 도박으로 평가받는다.

NLD 당원인 테인 우는 “수치 여사가 이번 선거에서 80% 정도의 득표율로 당선될 것으로 믿는다”면서 “선거가 공정하게 진행되면 그 이상의 득표율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의 선거가 공정하고 자유롭게 진행되는지를 보기 위해 유럽연합(EU) 대표로 온 이보 벨레트는 이날 투표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BBC에 전했다. 그러나 니얀 윈 NLD 대변인은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하는 서한을 보냈다”며 “이런 행위가 계속되면 이번 선거의 신뢰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식적인 개표결과는 1주일 정도 지나야 나온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