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 제도권 정치 진출 눈앞… 미얀마 보궐선거서 카우무 지역에 국회의원 출마
입력 2012-04-01 19:11
수십년 동안 구금과 연금을 당했던 미얀마 민주화 운동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가 제도권 정치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수치 여사는 1일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옛 양곤의 빈민층 지역인 카우무 지역에 출마했고, 국민으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어 국회의원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수치는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면 공식 경로를 통해 국가 민주화를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수치는 당선된 후 해외 순방을 하고 싶다고 밝혔으며 혹 정부에서 제의가 오더라도 입각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치와 야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상징적 의미만 있을 뿐 현실정치에서의 영향력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얀마는 지난해 3월 민간정부를 출범시켰으나 대통령 등 정부와 의회의 요직을 군부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다. 군부의 후원을 받고 있는 여당 통합단결발전당(USDP)은 2010년 실시된 총선에서 전체 의석의 76.5%를 차지하며 의회를 장악했다.
미얀마 정치 분석가인 아웅 나잉 우는 “수치 여사의 권한은 극도로 제한될 것”이라며 “보궐선거 결과가 미얀마 내의 권력구도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보궐선거를 계기로 미얀마에 대한 서방국가의 제재가 해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방국가들은 미얀마가 인권탄압을 하고 있다며 제재를 해 왔으나 민간정부가 정치범 석방 등 잇따라 민주화 조치를 취하면서 제재를 일부 완화했다.
미국은 지난해 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미얀마에 파견하고 양국 외교 관계를 대리공사급에서 대사급으로 격상키로 했다. 미국은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관이 미얀마를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허용했다.
유럽연합(EU)은 올해 초 미얀마 대통령과 각료, 국회의원 등에 대한 비자발급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EU는 또 미얀마 민간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향후 2년에 걸쳐 1억5000만 유로(2265억원)를 지원키로 약속했다.
서방국가들은 이번 보궐선거가 공정하고 자유롭게 치러진 것으로 평가를 받으면 미얀마에 대한 제재를 추가로 해제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얀마를 방문한 유럽의회 대표단의 로버트 괴벨스 의원은 “미얀마 제재 해제를 위한 더 이상의 장애물은 없다”면서 “수치 여사의 당선을 계기로 EU는 미얀마 제재를 점진적으로 해제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정진영 기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