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찰 문건 일파만파] 박근혜 “기가 막힐 일… 나도 불법사찰 당했다”
입력 2012-04-01 20:57
새누리당과 박근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 파문과 관련해 정면 돌파를 택했다. 이번 사건이 4·11 총선에 초대형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자 조기 진화에 나선 것이다.
박 위원장은 1일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지만 이번에 공개된 문건의 80%가 지난 정권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보면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불법사찰을 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지역 지원유세에서 “국민을 보호하고 또 국민에게 힘이 돼야 할 정부가 오히려 국민을 감시하고 사찰했는데 이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기가 막힐 일이다. 저에 대해서도 지난 정권과 이 정권 할 것 없이 모두 사찰했다는 언론보도가 여러 번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싸잡아 비난한 셈이다. 박 위원장은 또 “이런 잘못된 정치, 이제 확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새누리당은 새로운 정치를 통해 다시는 이 땅에 이런 불법사찰이 발붙이지 못하게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은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을 재차 촉구했다. 이상일 선대위 대변인은 “민주통합당이 특별수사본부 설치를 주장하는데 이것은 검찰보고 계속 수사하라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검찰을 그대로 믿겠다는 것이냐. 우리는 2년 전의 관련 수사가 미흡했고 검찰에 신뢰가 없다고 보기 때문에 특검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날 긴급 소집된 중앙선대위 회의에서는 특검 도입과 권재진 법무장관 사퇴 요구라는 고강도 조치를 내놨다. 박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가 비상대책위를 꾸려서 쇄신과 개혁을 해나가는 것도 이런 잘못된, 더러운 정치와 단절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은 ‘박근혜 새누리당 체제’와는 무관하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총선 정국에서 야권이 제기하는 정권심판론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도 있다. 새누리당은 이번 파문을 ‘인권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범죄행위’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광석화로 강력 대응함에 따라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불법사찰 사건을 계기로 박 위원장이 이 대통령과 본격적으로 갈라서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장은 좀더 사태 추이를 지켜보겠지만 파문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야권에서 새로운 의혹을 추가로 제기할 경우에는 박 위원장 입장에서도 모종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벌써부터 이 대통령에게 탈당 등을 요구해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들린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