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유입 감질, 해외 투자는 급증… 외국인 투자 증가율 한국기업 해외투자 8분의 1
입력 2012-04-01 21:47
‘외국인 국내투자는 찔끔, 우리의 해외투자는 펑펑.’
국내외 투자 불균형이 심각하다.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 증가율이 국외로 나가는 우리기업의 해외투자 증가율의 8분의 1 수준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순유출된 투자자금만 3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획재정부는 1일 ‘우리나라 국외직접투자 순유출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해외직접투자는 연평균 24% 증가했으나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직접투자는 매년 3% 늘어나는데 그쳤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1∼2003년 평균 89억 달러이던 외국인 국내직접투자액은 2007∼2011년 평균 121억 달러로 36% 늘어났지만 해외직접투자는 같은 시기 65억 달러에서 353억 달러로 5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해외직접투자가 445억 달러, 외국인직접투자가 137억 달러로 투자순유출(해외직접투자-외국인직접투자)은 308억 달러(한화 약 34조원)를 기록해 사상 처음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2009년 132억 달러보다 2배를 훨씬 웃도는 규모다.
외국인직접투자의 내용 면에서도 과거보다 좋지 않다는 평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1∼2000년 외국인 투자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0.6%인데 반해 2001∼2010년에는 32.5%로 18.1% 포인트나 줄었다. 서비스업은 같은 기간 46.1%에서 62.1%로 급증했다. 외국인이 최근 들어 고용유발효과가 큰 제조업 투자를 외면해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재정부는 우리나라 비용·입지경쟁력을 단기간에 높이기 어려워 외국인직접투자가 해외직접투자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증가하기는 어렵다는 진단도 했다.
외국인직접투자 부진은 세계경제 침체, 외국인투자 유인책 부족, 외국인 투자 규제, 노동시장·생활여건 등 경쟁력 부족 탓으로 판단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투자의 순유출이 지속돼도 국내산업의 공동화 등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투자 순유출이 균형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외국인직접투자의 확대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해외직접투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외국인직접투자가 장기간 정체되면 최종적으로는 산업기반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지적됐다.
다만 국내외 투자 유치 여건은 과거보다 우리나라에 유리해졌다고 분석했다.
투자의 대부분을 흡수했던 중국이 가파른 임금 인상, 성장률 저하 우려 등으로 위상이 예전같지 않은데다 우리나라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및 한·EU FTA 발효 등으로 경제 영토를 크게 넓혀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재정부는 비교우위가 없고 투자 유입 가능성이 없는 산업은 해외직접투자를 장려하되 부품소재산업, 바이오, 대체에너지 등 신성장 동력 산업 등에는 외국인투자 유치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