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왕-제사장-예언자 사역 균형이뤄야”… 세계적인 신학자 미하엘 벨커 교수가 말하는 ‘기독론’

입력 2012-04-01 20:43


세계적인 신학자 미하엘 벨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조직신학 교수가 지난 30일 서울 연건동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을 찾아 기독론의 진수를 풀어놓았다.

‘기독학술원 해외석학 초청강좌’에서 칼뱅의 이론에서 예수님의 삼중 직분과 상관성을 풀어낸 벨커 교수는 “예수 그리스도의 삼중 직분은 왕적 사역, 제사장적 사역, 예언자적 직분”이라면서 “이중 한 부분만 강조하다보면 신학적으로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순환적으로 결합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수님의 왕권은 자유의 복음과 섬김, 사랑이라는 형태로 전개됩니다. 가난한 자들, 소외된 자들과 함께하는 사상은 때론 계층적·독단적 정치나 교회 질서에 반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왕적 사역이 한편으로 불편하고 통찰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유롭고 창조적이며, 친절하게 사랑을 촉진시키는, 높은 차원의 사역입니다.”

그는 “그리스도의 주권을 단순히 ‘말씀의 성례전’에만 제한시키는 것은 성령의 능력 안에서 자유케 하시는 주님의 현존과 그 폭을 오해할 수 있다”면서 “참된 예배는 높아지신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아들로서 하나님의 주권을 제시하고 창조적 사역을 계시하는 사건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사장적 사역을 단순히 예배 행위에 국한시키지 말고 다차원적 영역으로 확대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벨커 교수는 이어 “구원의 능력이 어린이, 약자, 소외된 자, 병자, 위기 속에서 고난을 받는 자들을 위한 예언자적 사역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세 가지 직분이 긴밀하게 결합돼 있으며, 교회가 하나의 직분에만 너무 무게중심을 두다보면 경직되거나 특권화 되는 등 잘못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지적처럼 자유주의자와 신비주의자, 행동주의자는 각각 그리스도의 선지자적, 제사장적, 왕적 직분만 강조하기 때문이다.

벨커 교수는 “왕적 요소를 강조하다보면 인문주의적 자기세속화를 강화할 수 있으며, 예언자적 직분만 강조하다보면 도덕적 긴장과 영적 고갈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또한 제사장적 직분만 강화되다 보면 교회중심적인 자기소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나님 나라의 세 가지 형태의 교리가 순환되고 결합될 때 신학적 예방 작용을 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벨커 교수는 튀빙겐대와 하이델베르크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칼 바르트, 위르겐 몰트만 등 독일 신학의 맥을 잇는 대학자다. 그는 신학과 철학, 자연과학을 넘나들며 학제 간 연구에 힘써왔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