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이석] 총선 공약에 없는 메뉴

입력 2012-04-01 17:59


며칠 후 4월 11일, 우리는 4년 만에 국회의원을 뽑는다. 각 정당의 총선공약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음식 메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특정 정당의 후보를 우리의 대표자로 뽑는다는 것은 특정 음식을 주문하는 데 해당한다. 이 메뉴들을 보고 나서 유권자로서 가슴이 답답한 경제학자들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18대 총선에 있던 메뉴가 아예 메뉴판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그 메뉴는 바로 자유시장의 거래를 촉진시킴으로써 번영을 이루는 정책이다. 식당에서는 마음에 드는 음식이 없으면 우리는 그 식당을 나올 수 있는데 비해, 민주주의 선거에서는 투표를 하지 않을 자유는 있지만, 다수결로 정해진 메뉴를 거부할 자유까지는 주어지지 않는다.

이제 메뉴들을 살펴보자. 눈에 띄는 부분은 새누리당의 민주통합당 따라하기이다. 새누리당은 규모와 정도에 있어서는 민주통합당에 미치지 못하지만, 정통 보수당이 주창하던 성장 대신 분배와 복지를 전면에 놓았을 뿐 아니라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경제민주화도 내세웠다. 통합진보당도 “우리야말로 민주통합당과는 달리 화끈하게 증세해서 화끈하게 무상복지 시리즈를 펼칠 것이며 재벌개혁도 가장 과감하게 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고, 자유선진당도 “따뜻한 보수”라는 표어 아래 복지지출의 증대를 약속하고 있다.

한마디로 각 정당의 총선공약은 소를 어떻게 키울지는 없고 소를 잡아 나누어주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소를 어떻게 키울지 관심이 있는 사람들, 그리고 복지지출의 증대가 그 수혜자들을 복지 의존의 함정 속으로 밀어 넣는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을 대변해줄 정당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선거를 포기하거나 아니면 그나마 마지못해 더 적은 폭의 공짜 점심을 약속하는 정당을 선택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복지증대를 약속하면서 유권자들에게 솔직하게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정책에 따른 성장저하와 재정악화이다. 남의 재정적 부담이 되는 여러 권리들이 창출될수록 그 경제의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성장이 정체되고 세금도 별로 걷히지 않게 될 것이다. 그래서 결국 국채발행, 한은차입을 통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여 일반 국민들의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민주통합당은 경제력 집중 자체를 억제하고 복지지출의 부담을 주로 1% 슈퍼부자들에게 지우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통해 모든 계층에게 보편적 복지를 제공하겠다는 것은 별로 현실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이에 비해 통합진보당은 보통 사람들에게도 높은 세금을 거두지만 높은 복지지출을 하겠다고 민주통합당에 비해 더 명확한 주장을 하고 있다. 그렇게 할수록 경제발전은 지체되겠지만 말이다. 새누리당은 복지지출 증대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만큼 복지지출 공약의 실현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지만 문제는 이것이 경제를 성장으로 이끌지는 못하며 작게 시작한 복지지출이 재정적자의 악화로 치닫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점이다.

자유기업원 초청으로 한국에 온 그리스, 이탈리아, 스웨덴의 학자와 국회의원들은 이들 나라들에서 왜 복지지출의 확대가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재정위기를 불러왔으며, 어떤 고통스런 개혁을 하여야했는지 누차 이야기하였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전혀 귀담아 듣지 않은 것 같다. 유권자로서 각 정당에 대해 이들의 말을 다시 살펴보고, 현재의 공약이 국채발행이나 한은차입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닌지 총선 이후 다시 한번 점검해주기 바란다.

김이석 시장경제제도硏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