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이현출] 정책 매니페스토 보고 투표하자
입력 2012-04-01 18:00
선거는 민주주의의 시작이자 끝이다. 선거를 통해 정당과 정치인은 국민에 대해 무엇을 할 것인지 약속하고, 국민들은 그들의 약속이 명시된 정책매니페스토(서약서)를 보고 다음 국회를 이끌 세력을 선출한다. 그리고 다수세력이 약속한 공약 패키지가 잘 실천되었는지에 대한 평가를 통하여 다음 선거에서 책임을 묻는다.
쟁점에 대한 입장 분명해야
따라서 선거에서는 향후 4년 동안 국정을 이끌 세력들이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 잘 살펴야 한다. 선거는 정당지도자의 개인적 이미지나 몇몇 스타 플레이어의 대중적 인기가 아니라 정당이 제시하는 정책패키지를 선택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정당과 후보자는 자신이 추진할 국정 계획을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 주요 국정현안에 대해 유권자의 눈치를 살피거나 표를 잃지 않기 위해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는 사례가 있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역대 국회에서 여야 간의 파행과 교착을 겪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그러한 파행의 많은 부분은 선거과정에서 이미 잉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선거과정에 표를 의식하여 입장을 밝히지 않은 사안을 선거 후에 밀어붙이려고 하다 보니 국회에서 파행이 일어난 것이다. 따라서 19대 국회의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선거과정에 쟁점을 분명히 드러내고 국민으로부터 분명한 위임을 받는 절차가 필요하다. 그렇게 선거를 치르고 나면 차기 국회에서 주요 국정현안을 국민적 합의에 기초하여 신속한 처리가 가능할 것이며, 국정의 파행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정책선거가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유권자의 적극적인 관심과 감시가 전제되어야 한다. 선거과정에서 후보자의 헛공약과 참공약을 가려내는 지혜와 선거 이후 당선자의 매니페스토 이행여부를 감시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선거과정은 치열한 정책대결을 펼치지도 못하고, 당선된 후에는 약속한 공약도 지키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다. 지난 반년 동안 우리 국민은 기존 정당에게 불신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였다.
그러한 분노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유권자의 목소리에 반응하지 않는 정치에서 기인한 것이다. 공익을 추구하는 공당으로서의 책무를 망각하고 사익과 당리당략만을 추구한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난 선거에서 유권자에게 약속한 것은 실천하지 않고, 자당의 대권전략, 자신의 재선전략만이 난무하였던 것이다.
선거공보부터 알뜰히 살피길
이러한 측면에서 유권자는 선거과정에 정당과 후보자와 맺은 계약의 의미를 되새기며 이번 총선을 바라보아야 한다. 정치과정에서 유권자가 정치인과 정당과 맺은 계약의 기억을 복원해 낼 때 정치는 바로 설 수 있는 것이다. 유권자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때 정당과 정치인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국리민복을 위해 일하고 국민에게 설명하고 소통하려 들 것이다. 여기에 우리가 정당과 후보자의 정책 매니페스토를 지켜보고 투표하고, 선거공보물을 계약서처럼 보관하여야 하는 이유가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이번 선거는 경제·민생 분야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 등 교육현실에 대한 정당과 후보자의 비전과 정책과제를 유권자들은 듣고 싶어 한다. 선거를 통해 우리 사회의 과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번 선거는 복지의제가 선거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권자의 입장에서 어느 공약이 나에게 유리한지도 판단해야 되지만 어느 공약이 나라의 장래와 부합하는 공약인지, 선거 때만 유효하고 선거가 끝나면 효력을 상실하는 공약인지 면밀히 검토하여야 한다.
남은 열흘 동안 깨어있는 유권자의 모습을 보일 때다. 당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정당정책정보 시스템에 들어가면 정당의 10대 공약과 주요 정책에 대한 입장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지역구 후보자의 선거공약과 선거공보도 확인할 수 있다. 정당과 후보자의 선거공보를 꼼꼼히 살피는 것이 선거계약의 시작이다.
이현출 한국정당학회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