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의구] 애플의 두 얼굴
입력 2012-04-01 17:59
미국 실리콘밸리에 포진해 있는 IT 기업들은 미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선망하는 꿈의 직장이다. 애플이나 구글, 인텔 등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명성을 지닌 이들 기업은 높은 발전 가능성도 갖추고 있어 이곳에 근무하는 것은 그 자체가 자부심의 대상이다.
연봉도 다른 업종에 비해 높고 매년 큰 흑자를 내다보니 연봉인상의 기회도 잦다. 근무자들에게는 쾌적한 사무실 환경에 다양한 복지가 보장된다. 주5일 근무에 주 40시간 근무가 정착돼 있다. 초과근무와 심야근무는 기피대상이다. 시간외근무는 기업발전의 원천인 창의성과 혁신을 저해한다고 보는 게 이곳의 기업문화다.
이런 이유로 애플은 미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찬사받는 기업’에 올해까지 5년 연속 1위에 올랐다. 구글은 2위, 아마존닷컴이 3위를 차지했고 코카콜라에 이어 5위는 IBM이었다.
특히 애플은 마케팅 조사업체인 해리스 인터랙티브가 지난 2월 발표한 소비자 설문결과에서도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13년 만에 처음으로 구글을 제치고 가장 이미지가 좋은 기업으로 선정됐다. 애플은 6개의 조사항목 중 비전과 리더십, 상품과 서비스, 재정 상태 외에 노동 환경 항목에서도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미국 노동감시단체인 공정노동위원회가 지난 30일 발표한 애플의 중국 하청기업인 팍스콘의 노동실태에 관한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지난 2년간 13명의 근로자가 투신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실시된 정밀 감사 결과였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생산하는 이곳에서는 1년 동안 주당 평균 60시간 노동을 해왔다. 때로 24시간 휴무 없이 7일 이상 내리 근무하는 경우도 있었고, 주문이 밀릴 때는 휴일 없이 11일 연속 일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평균 월급은 360∼455달러(40만7000∼51만4000원)에 그쳐 근로자 3분의2가 기본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애플은 뒤늦게 팍스콘의 기본임금을 인상하고, 내년 7월까지 근로조건을 기준에 맞도록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애플은 이미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지구촌 최고의 일자리가 본사의 ‘그들’에게만 국한된 것이고, 혁신의 첨단 기업문화 이면에 전근대적 노동착취가 도사리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애플의 혁신이 또 다른 탐욕의 도구였을 뿐 인간의 얼굴을 한 경영은 아니었다는 한계를 노출했기 때문이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