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반도 둘러싸고 해상훈련하는 중·러
입력 2012-04-01 18:11
중국과 러시아가 이달 말쯤 동해와 서해에서 사상 최대규모의 연합 해상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북해함대 소속 미사일 구축함과 호위함 등 10여척, 러시아에서 태평양함대 소속 미사일 순양함과 구축함 등 역시 10여척이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번 훈련은 기본적으로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이를 바라보는 우리 입장은 편치 않다. 중·러 두 나라의 군함들이 한국으로서는 앞뜰과 뒤뜰이나 마찬가지인 동해와 서해를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는 꼴이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양국 군함들은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해 동해와 한일해협을 지나 서해로 향하면서 방공, 대잠수함, 제공 및 제해권 확보훈련을 하게 된다. 물론 공해 상에서 실시하겠지만 그래도 한국으로서는 코앞이다. 지척에서 벌어지는 두 나라의 거칠 것 없는 ‘무력시위’에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양국의 연합훈련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한다. 왕위쥔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전략이 이 지역에서 중·러의 핵심 이익을 위협함에 따라 양국이 매우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훈련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양국의 핵심 이익’이란 과연 무엇인가? 한마디로 역내 패권 또는 영향력 확보 아닌가? 그 권역에는 당연히 한국도 포함된다. 그렇게 보면 이번 훈련은 간접적으로 한국도 겨냥한 것으로 한·미동맹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나 다를 바 없다.
특히 중국은 그간 서해상 한·미 연합해상훈련을 극구 반대해왔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사태에서 보듯 지극히 현실적인 북한의 도발에 대처하기 위한 훈련임에도 중국은 마치 자국을 노린 훈련이기라도 한 양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그러면서도 동해와 서해에서 러시아와 대규모 연합해상훈련을 하겠다고 한다. 같은 해역에서 한·미는 안 되고 중·러는 된다는 논리는 어디서 나온 것인가? 아무리 대국이라지만 중·러 등 주변국의 동·서해 장악을 속수무책으로 방관할 수는 없다. 이를 견제하기 위한 우리의 해군력 증강이 시급하고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