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權 법무 사퇴하고, 사찰문건 모두 공개해야
입력 2012-04-01 18:09
국무총리실 불법사찰 파문의 실타래가 더욱 얽혀가는 양상이다. 특검 도입 여부를 놓고 새누리당은 찬성, 민주통합당은 반대다. 청와대와 총리실은 공개된 총리실 불법사찰 사례 2600여 건의 80%이상이 노무현 정부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으나, 야당이 “후안무치한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역공에 나서 새로운 진실공방까지 벌어지고 있다.
특검 도입문제에 대해 양당이 상이한 입장을 피력한 데에는 서로 다른 정략적인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의식해 새누리당은 어떻게 하면 여파를 최소화할지, 민주당은 어떻게 하면 새누리당에 치명타를 가할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차이로 인해, 새누리당은 당장 특검을 실시하자고 제안한 반면 민주당은 검찰을 불신하면서도 특별수사본부 설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진실규명보다 새누리당은 이명박 정부와의 선긋기에, 민주당은 총선 호재로 최대한 활용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셈이다.
여야가 의견을 같이하는 부분이 한 가지 있다. 권재진 법무장관의 사퇴다. 권 장관은 불법사찰 의혹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권 장관의 개입 여부가 명확히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검찰은 긴급 브리핑을 갖고 사즉생의 각오로 성역 없는 수사를 다짐했지만, 그가 법무장관으로 있는 한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검찰 재수사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힘들다. 이 대통령이 권 장관을 경질하거나, 권 장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꼬일 대로 꼬인 실타래를 풀 단초가 마련돼야 한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어제 노무현 정부 때 이뤄진 사찰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공개된 2600여 건 가운데 2200여 건이 전(前) 정부 문건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MB새누리심판국민위원회 박영선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문건은 공식적인 감찰 보고 자료라고 반박했다. 민주당도 노무현 정부 문건의 존재는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는 확보하고 있는 자료들을 모두 제시하는 게 옳다. 그래야 논란을 해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