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K의 엘피다 인수전 참여를 주목한다
입력 2012-04-01 17:54
SK하이닉스가 D램 반도체 업체인 일본 엘피다 인수전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엊그제 “일본 정부와 채권단이 엘피다 매각을 위해 실시한 예비입찰에 1차 입찰제안서를 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엘피다의 회생 가능성과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 가격 조건 등을 면밀히 검토해 최종 입찰에 참여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엘피다는 NEC, 히타치, 미쓰비시 3개사가 통합해 설립한 일본 유일의 D램 업체로, 지난 2월 D램 업황 부진과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지난해 D램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42.2%), SK하이닉스(23.0%), 엘피다(13.1%), 미국 마이크론(11.6%) 순이다. 예비입찰에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일본 도시바 등 5개 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하이닉스는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여러 변수를 고려했을 것이다. 엘피다를 인수하면 시장점유율이 36.1%로 올라 확실하게 2위 자리를 지키면서 삼성전자를 추격할 수 있게 된다. 세계 D램 시장을 삼성전자와 사실상 양분하게 되면 원가절감, 가격경쟁력 확보, 과잉공급에 따른 가격 폭락 구조 개선 등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
또 실사를 통해 엘피다 장단점을 파악해 놓으면 이 회사가 다른 업체로 넘어가더라도 대책 마련이 용이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경쟁사가 엘피다를 싼값에 인수하는 걸 막기 위해 인수전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마이크론이 인수할 경우 시장점유율에서 2위 자리를 내주는 수모를 겪게 된다.
엘피다 인수 대금은 2조원 안팎이지만 부채가 6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덩치만 키우려고 무리하게 인수전에 나섰다가 쓴맛을 본 사례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엘피다 인수가 ‘승자의 저주’가 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기 바란다. 국내 재계 순위 3위를 달리고 있는 SK그룹의 흥망성쇠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