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비대위 “총선에 메가톤급 불똥 튈라”…서둘러 MB와 선긋기

입력 2012-03-31 00:10

무차별적인 민간인 불법사찰 문건 은폐라는 ‘쓰나미’가 30일 원내 1당을 목표로 질주하던 새누리당을 덮쳤다. 오전만 해도 “과거 김대중 정권 때 불법도청을 연상케 하는 일”이라며 ‘물타기 전략’을 구사하던 분위기가 오후 들어 당시 청와대 지휘라인과 검찰 수사책임자의 해임 및 MB(이명박)와의 ‘완전 결별’ 등 초강경 정면 돌파로 돌아섰다. 비대위가 작심하고 나선 것이다.

이상돈 이준석 이양희 비대위원 등은 이날 오후 7시 서울 시내 모처에서 긴급 비상회동을 갖고 ‘민간인 사찰에 대한 비대위원들의 입장’이라는 자료를 내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에게 전달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자료에서 “남경필 정두언 이혜훈 의원 등 우리 당의 인사들도 사찰의 대상이 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 외에도 대상이 된 새누리당 의원들이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토로했다.

한 비대위원은 언론과의 접촉에서 “불법사찰이 이뤄지던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권재진 법무장관과 불법사찰 수사지휘책임자였던 노환균 당시 서울중앙지검장(현 법무연수원장)을 해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비대위원도 “사태가 이렇게 커지고 있는데 당 공식 논평이 DJ(김대중) 때도 사찰했다는 황당한 물타기로 이 국면을 넘어가고 있다”며 “박 위원장이 직접 MB에게 ‘사찰을 보고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직접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등 강도 높은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앙선대위 이상일 대변인은 오전 논평에서 “민간인 사찰 실태가 사실이라면 매우 충격적이다.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련자를 엄벌해야 한다”면서도 “과거 김대중 정권이 정·관계 인사와 언론인을 상대로 자행한 광범위한 불법도청을 연상케 하는 이번 사건은 인권유린이자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범죄행위”라고 애써 무시하려는 태도를 취했다.

비대위원들은 중앙선대위의 ‘야당 심판론’에 대해서도 “아무리 민주당이 공천 과정에서 헛발질을 해도 선거국면에 들어서면 MB정권 책임론으로 선거 흐름이 쏠리게 돼 있다”며 “특히 이번 사찰 문건은 정권 책임론을 분출시키는 결정판임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심판론’으로 맞서는 선대위의 선거전략이 너무 안일하고 멍청하다”고 질타했다.

비대위원들은 이어 “특단의 조치 없이 이런 식으로 계속 가다간 서울에서 10석을 못 채우고 원내 1당은커녕 130석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수도권의 대표적인 텃밭인 서울 목동(양천갑)과 경기 성남 분당갑에서조차 야권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는 보고가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석 비대위원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비대위가 공천에 조금 더 주도권을 갖고 갔으면 우리는 지금쯤 정권심판론이 아니라 19대 국회에서 이루고 싶은 미래와 비전을 갖고 시민들께 다가가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지나간 일이지만 안타깝다”고 전하기도 했다.

선거현장에선 더 비명에 가까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김용태(서울 양천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 지난 2010년 여름부터 저는 사찰의 피해자였던 정두언 정태근 의원 등과 함께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바 있다”면서 “사찰 그 자체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자들이 검찰 수사에 맞서 증거인멸에 나섰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서적(鼠賊·좀도둑)의 무리’가 이명박 정부를 망치고 나아가 민주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한 묵과할 수 없는 엄중한 사태”라면서 “사찰과 증거인멸에 관여한 그 누구라도 가장 무거운 처벌과 함께 역사적 단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