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챔피언벨트도 꼭 차지할 것”… ‘작은 거인’ 김주희 7대 기구 통합챔피언에 등극
입력 2012-03-30 22:32
“오는 12월 마지막 남은 세계권투평의회(WBC) 챔피언벨트를 차지해 10개 기구 모두 제패라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겠습니다.”
‘작은 거인’ 김주희(26·거인체육관)가 세계여자프로복싱 7대 기구 챔피언에 등극했다. 김주희는 30일 충남 금산군 중부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5대 기구 통합 지명 방어전 겸 국제복싱평의회(UBC) 및 챔피언오브디그니티협회(CODA)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 결정전에서 플로이나포 세커른구룬(22·태국)을 6회 1분5초 만에 TKO로 제압했다. 중부대는 그의 모교이기도 하다.
이로써 김주희는 여자국제복싱협회(WIBA) 여자국제복싱연맹(WIBF) 세계복싱연합(GBU) 세계복싱연맹(WBF) 여자국제복싱평의회(WIBC)에 이어 UBC와 CODA 챔피언 벨트를 추가했다. 세계 여자 복싱계에서 한 선수가 같은 체급 7대 기구를 석권한 것은 김주희가 유일하다.
김주희는 2004년 국제여자복싱협회(IFBA), 2007년 세계복싱협회(WBA) 챔피언에 올랐다가 반납한 것까지 포함하면 무려 9대 기구를 제패하는 위업을 이뤘다. 전적은 18전16승(7KO) 1무1패.
‘복싱여제’, ‘석사복서’, ‘얼짱복서’, ‘효녀복서’ 등 수많은 별명을 갖고 있는 김주희의 성장 과정은 한편의 드라마이다.
12살 소녀시절 어머니가 가출했고 중학교 때는 IMF로 아버지가 실직과 함께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월세 40만원의 지하 단칸방에 살면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이때 자칫 탈선의 길로 빠질 수도 있었던 김주희를 잡아준 사람은 현재까지 매니저 겸 트레이너를 맡고 있는 거인체육관의 정문호 관장이었다. 김주희는 언니에게 체육복을 전달하러 체육관에 갔다가 정 트레이너의 눈에 띄어 글러브를 끼게 됐다. 그날 이후로 하루 종일 샌드백을 두들겼고 강습비는 밤늦게 다른 선수들의 빨래를 도맡아 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김주희는 적혈구 수치가 일반인의 절반 수준이어서 툭하면 쓰러지면서도 매일 15㎞를 달리며 몸을 만들었다. 발톱이 빠지고 엄지발가락을 잘라 내는 수술도 이겨내며 복싱에 악착같이 매달리면서 마침내 2004년 12월 IFBA 최연소 챔피언(18세)에 등극했다.
그의 성공스토리는 배우 하지원이 주인공을 맡아 ‘1번가의 기적’으로 영화화되기도 했고 ‘할 수 있다, 믿는다, 괜찮다’라는 자서전으로도 출간됐다.
이제 그에게 남은 챔피언 벨트는 단 하나다. WBC 벨트만 가져오면 자신의 체급 챔피언 벨트를 모두 거머쥐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김주희는 오는 12월 현 WBC 챔피언인 도가시 나오미(36·일본)와 일전을 벌일 계획이다.
지난 16일 중부대 교육학과에서 석사모를 쓴 김주희는 현재 동 대학 교육행정 박사과정에 입학해 최연소 챔피언에 이어 학과 최연소 교수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곽경근 기자 kkkw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