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보선’ 시험대 오르는 미얀마 민주주의… 수치, 現정부와 화해·협력 내걸고 22년만에 출마

입력 2012-03-30 19:11

미얀마가 민주주의의 시험대에 오른다. 수십 년 간의 군부 통치를 종식한 미얀마가 4월 1일 민간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보궐선거를 실시한다. 이번 선거에는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66) 여사가 22년 만에 출마하며 세계적인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선거는 국회의원의 내각 진출 등으로 공석이 된 45개 선거구에서 하원의원 37명과 상원의원 6명, 지역의회 의원 2명을 선출하게 된다. 수치가 이끌고 있는 야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45개 선거구 중 44곳에 후보자를 냈다. 수치도 옛 수도 양곤의 빈민층 지역인 카우무에서 출마했다. 수치와 NLD는 국민으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승리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고 AFP통신 등이 30일 보도했다. NLD는 지난 1990년 총선에서 485석 중 392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으나 미얀마 군사정권은 정권 이양을 거부했다.

수치가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게 되면 제도권 정치에 처음 진출하게 된다. 그는 지난 1988년 민주화 운동에 뛰어든 이래 15년간 구금생활을 하는 등 재야에서만 활동했다.

수치가 내건 노선은 ‘화해와 협력’이다. 그동안 자신을 탄압해온 군정에 뿌리를 둔 현 정부와 화해하고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테인 세인(67) 대통령은 정치범 석방, 야당 합법화, 언론 자유 보장, 노조 허용 등의 조치를 잇따라 내놓으며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수치는 정부 개혁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고 결국 보선에 참가하게 됐다. 하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

수치는 30일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가 준비과정에서부터 전혀 민주적이지 않다”고 현 정부에 일침을 가했다. 또 세인 대통령이 수치에게 내각 참여를 제안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당선된 후 군사정권과 연관돼 있는 현 정부의 장관으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얀마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미국, 유럽연합(EU),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등의 참관인들이 선거 진행과정을 감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