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다섯째 부인 “빈 라덴과 9년간 파키스탄 머물며 안가 5곳 옮기고 아이 4명 낳았다”

입력 2012-03-31 00:13


지난해 미군 공격으로 사망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2001년 9·11테러 이후 행각을 밝힐 자세한 진술 보고서가 확보됐다고 뉴욕타임스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빈 라덴의 막내(다섯째) 부인 아말 아마드 압둘 파타(30)는 파키스탄 민관 합동수사 과정에서 자신과 빈 라덴이 9년간 파키스탄에 머물며 5곳의 안가를 옮겨 다녔고, 4명의 아이를 낳았다고 진술했다. 그녀는 지난해 5월 미 특공대의 빈 라덴 은신처 급습 당시 다리에 총상을 입어 다리를 절고 있다.

무자헤딘 전사와 결혼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파타는 2000년 빈 라덴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그는 그해 7월 파키스탄 카라치를 거쳐 수개월 뒤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가 칸다하르 외곽의 농장에 있는 기지에서 빈 라덴과 2명의 부인을 만났다. 9·11이 터지자 가족들은 흩어졌다. 파타는 갓 나은 딸 사피아와 카라치로 돌아왔다. 그곳에서 9개월가량 머무는 동안 7차례 집을 옮겼다. 집 계약은 파키스탄인과 빈 라덴의 장남 사드가 중개했다.

파타는 2002년 하반기에 파키스탄 북서부 페샤와르로 이사해 빈 라덴과 재회했다. 그러나 미국의 추적이 강화되자 시골 산악지역으로 더 깊숙이 은거했다. 처음에 그들이 머문 스와트의 샹글라 지역은 서방이 주목하고 있는 부족의 지역은 아니었다. 이곳에서 2채의 집에서 8∼9개월씩 살았다.

2003년 그들은 수도 이슬라마바드와 좀 더 가까운 하리푸르로 이사했다. 거기서 집을 빌려 2년을 지냈고 2003년 딸 아시아를, 2004년에는 아들 이브라힘을 낳았다. 두 아이 모두 정부병원에서 출산했다. 수사 보고서에는 “파타는 두 차례 모두 병원에서 2∼3시간 짧게 머물렀다”고 씌어있다. 다른 문건에는 그녀가 가짜 신분증을 제출했다고 기록돼 있다.

빈 라덴 가족은 마지막으로 2005년 중반 하리푸르에서 동쪽으로 30㎞ 떨어진 아보타바드로 이주했다. 그녀는 2006년 자이납, 2008년 후세인을 낳았다. 집을 주선한 것은 파슈툰 부족 출신인 이브라힘과 아브라르 형제였다. 파타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2005년 말 빈 라덴에 매우 근접하기도 했다. 파타의 진술은 뉴욕타임스가 입수한 지난 1월 19일자 파키스탄 수사 보고서에 나타나 있다. 보고서에는 빈 라덴의 도피를 도왔던 파키스탄인들에 대한 진술이 거의 없어 일부 왜곡된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는 평가했다. 파키스탄 경찰은 다음달 1일 빈 라덴의 부인 3명과 장성한 딸 2명을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예정이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