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몰카… 4년째 가동 7억∼8억 챙긴 듯

입력 2012-03-30 22:16

강원랜드 카지노 몰래카메라 설치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국내외 사기도박 조직 등이 관여한 정황을 잡고 이에 대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강원 정선경찰서는 30일 한번에 카드를 3∼4장 읽을 수 있는 초소형카메라를 몰래 설치한 혐의(사기 및 업무 방해 등)로 강원랜드 게임기기 정비 직원 김모(34)씨와 김씨에게 카메라가 설치된 카드박스를 게임대에 놓도록 지시한 정비담당 과장 황모(42)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와 황씨는 2009년 2월부터 지난 26일까지 3년여 동안 강원랜드 바카라 게임장에 초소형카메라가 장착된 ‘슈’(섞어놓은 카드를 담아두는 딜링박스) 2개를 만들어 23차례 이를 설치해 이익을 챙겼다. 황씨는 외부인 이모(57)씨의 부탁으로 2009년 2월부터 수익금의 10%를 받기로 하고 김씨에게 초소형 무선카메라를 설치하도록 했다. 황씨는 대가로 3000만원을 받았으며, 김씨는 1회에 100만~300만원씩 받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사기도박조직이 이 수법으로 최소 7억∼8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찰은 범행에 대당 3000만원하는 최첨단 고가 장비 등이 사용된 점등으로 미뤄 또 다른 공모 세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씨를 쫓고 있다. 경찰은 3~4명의 외부공모자들이 한국 일본 홍콩 등 국내외 조직 및 사기도박단 등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몰래카메라 슈가 발견된 테이블에서 게임을 했던 고객들 중 이번 사건에 가담한 조직원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CCTV 내용을 확보, 신원 파악에 나섰다. 경찰은 특히 황씨가 최근 휴대전화 통화·문자 기록을 삭제한 사실을 확인, 복원 작업을 하는 한편 그의 계좌에 대한 추적을 병행하고 있다.

강원랜드는 이날 사건의 책임을 물어 본부장, 상무 등 집행위원 9명의 사표를 받았으며, 일제점검 등을 위해 임시 휴장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앞서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바카라 게임을 하던 고객 2명은 지난 26일 오후 1시40분께 “슈에서 게임 중 이상한 빛이 나온다”며 슈를 직접 고객서비스센터로 가져가 신고했다. 강원랜드 측은 플라스틱 재질의 검은색 슈 내부바닥에 초소형 무선카메라가 장착된 것을 확인하고 정비직원 김씨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었다.

바카라 게임은 두 편으로 나뉘어 2~3장의 카드 숫자를 더한 끝자리 수가 9에 가까우면 이기는 게임이어서 카드 내용을 알면 승률을 높일 수 있다.

정선=이종구 기자 jg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