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D-11] 두터워지는 부동층… 초박빙 접전지역 승부 ‘인갯속’
입력 2012-03-30 18:31
4·11 총선을 앞둔 여야의 ‘박빙승부’가 점입가경으로 치달으면서 후보를 정하지 못한 유권자층이 갈수록 두터워지는 양상이다. 여야의 ‘색깔론’ 공방과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계획 발표에 따른 ‘북풍(北風)’ 등 지금까지 나온 이슈들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부동층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남은 선거운동기간 동안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가운데 누가 이들의 표심을 잡느냐에 따라 총선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격전지, 젊은층일수록 부동층 많다=지금까지 나온 각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아직까지 지지 정당을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는 전국적으로 10%대 초반에서 20%대 후반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29일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전국 평균 부동층은 26.8%나 됐다. 부동층 비율은 지난 23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19.7%였다. 서로 다른 조사기관이긴 하지만 불과 일주일 사이에 ‘지지정당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유권자가 7% 포인트 증가한 셈이다.
여야가 ‘텃밭’으로 내세우는 우세 지역에 비해 격전지일수록 부동층이 많은 점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지난 21일 국민일보와 GH코리아가 실시한 격전지 10곳 조사 결과가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부동층 비율은 서울 은평을이 13.7%, 관악을 12.6%, 강남을 20.2%, 경기 고양 덕양갑 16.2%, 부산진 15.4%, 경남 김해을 18.3% 등이었던 데 비해 여야 후보들은 대부분의 지역구에서 오차범위(±4.4% 포인트) 내에서 혈전을 치르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 지역의 평균 15%에 달하는 부동층이 어느 한 쪽으로 쏠릴 경우 승패가 의외로 싱겁게 끝날 수도 있다.
◇“부동층이 최대 변수된다”=여야 및 선거 전문가들은 결국 부동층을 적극 흡수하는 당이 선거 승리의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보수와 진보 진영의 고정 지지층이 상존하는 형국에서 이들의 표심이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30일 언론과의 접촉에서 “여야 모두 보수·진보가 아닌 중간 성향의 유권자들을 유인할 만한 흡입력이 아직은 없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새누리당의 ‘미래세력론’은 여전히 유권자들로부터 19대 국회 다수당이 돼야 할 명분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고, 민주당의 ‘정권심판론’ 역시 설득력 있는 차기 집권플랜으로는 여겨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 박사는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집권당이 좋다고 말하는 유권자는 거의 없지만 여당 후보들의 지지세도 크게 위축되지 않았다”면서 “결국 투표 방향을 선택하지 못한 젊은 부동층이 야당 지지세로 한꺼번에 돌아서느냐가 총선 향배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GH코리아 지용근 대표는 “현재까지 부동층을 견인할 만한 막판 변수들이 터지지 않았지만 이들은 언제든지 한쪽으로 결집할 수 있는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여야 중 어느 당이 쟁점을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여야는 부동표 끌어모으기를 공식 선거전의 최대 전략으로 내세우는 모양새다. 서로 “이대로는 총선 승리가 힘들다”고 엄살 작전을 구사하는 것도 잠재적 지지성향의 부동층에게 호소하기 위한 포석이다. 새누리당 이혜훈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전날 언론과의 접촉에서 “열세 국면을 만회하기 위해 수도권 부동층 표심 확보에 총력을 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박선숙 선거대책본부장도 “새누리당 정권의 실정에 동의하는 55∼60%의 국민이 모두 나와야 판세가 박빙에서 우세로 넘어간다. 30∼40대가 적극 투표장으로 향하는 게 (우리 당이 승리할 수 있는) 핵심 공식”이라고 말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