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태극기를 마차에 가득 싣고 떠나는 ‘가족여행’… 조영남 4월 4일부터 개인전
입력 2012-03-30 18:20
조영남(66)의 직업은 무엇인가. 가수, 방송인, 화가? 다 맞다. 이런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건 나름대로 뭔가 비결이 있을 것이다.
4월 4일부터 21일까지 서울 경운동 장은선갤러리(02-730-3533)에서 ‘다정다감’이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연다기에 서울 청담동 그의 작업실을 찾아갔다.
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그의 작업실에는 화투와 태극기를 소재로 한 그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런 소재들을 자동차나 마차에 가득 싣고 떠나는 ‘가족여행’을 주제로 삼았다. 두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겪은 그이기에 가족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솔직히 내가 가족을 버렸죠. 아니 버렸다기보다 놓친 거죠. 움켜쥐려고 미련과 욕심도 부렸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이랄까, 어쩔 수 없었지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가족여행’이라는 타이틀로 작업했습니다.”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한 그는 1970년 ‘딜라일라’를 통해 가수로 데뷔한 뒤 73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화가로도 활동했다. 국내외에서 35회의 개인전을 개최한 그는 현재 KBS ‘명작 스캔들’, MBC ‘지금은 라디오 시대’ 등을 진행하며 붓질도 놓지 않고 있다.
2004년 광주비엔날레에서는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개인전을 열기도 하고 최근 대작 한 점이 1억원에 판매되기도 했기에 힘들게 작업하는 전업 작가들에게 미안할 법도 하다. “당연하죠. 가수가 미술판을 흔들어 놨다는 비난도 알아요. 그래서 메이저 화랑에서는 초대전을 한 번도 못했어요. 그냥 불러주는 화랑에서 조용히 전시하는 거죠.”
그림 소재가 왜 화투인지 궁금하다. “화투는 일본에서 생긴 것인데, 정작 일본에서는 치는 사람이 없고 우리나라에서만 인기 있는 오락이죠. 정말 아이러니한 얘기 아니에요? 이런 모순을 그림으로 쉽게 풀어내려고 하는 게 제 작업 의도예요.”
이번 전시에서는 천편일률적인 기존의 화투 그림에서 한걸음 나아간 역동적인 작품 50여점을 선보인다.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그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인생인데 무슨 미래를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의 인기 비결은 현재의 삶에 충실하다는 것이랄까?
글·사진=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