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법사찰 특검 빨리 도입해야
입력 2012-03-30 17:45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만든 사찰 문건 2600여건 가운데 일부가 공개됨에 따라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문건 비고란에 ‘BH(청와대) 하명’이라고 표기된 것도 있어 청와대가 실제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대통령 하야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앞으로 문건들이 추가 공개될 예정이어서 총선판세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공개된 문건들을 보면 현 정권에 비판적인 정·관·언론계 인사와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공기업 임원들, 전·현직 경찰청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설립한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 산부인과원장까지 무차별적으로 사찰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KBS MBC YTN 등 방송사의 경우 사장을 포함해 임원진 교체 문제와 파업 주동자에 대한 대응 지침까지 기록돼 있다. 한 사정기관 고위 간부에 대해선 내연녀와 언제, 어떤 표정으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 기왕에 알려진 사찰 대상도 적지 않다. 남경필 정두언 정태근 의원 등 여당 소장파 의원들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이철 전 철도공사 사장이 그들이다. 옛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사찰 당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문건 공개를 계기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범죄자에게 격려금을 주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증거 인멸에 관여하고, 검찰 수사가 미진했던 퍼즐이 다 풀렸다”는 민주당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상황이 됐다. ‘영포(경북 영일·포항)라인’이라는 비선조직이 지원관실을 좌지우지했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누가 국정을 농단했는지, 사찰 내용과 배경은 무엇인지 등이 하루빨리 밝혀져야 한다.
현재의 검찰이 이 일을 제대로 해낼 것으로 보기 힘들다. 2010년 이 사건을 철저하게 수사하지 못해 파문을 키우는 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당시 수사 검사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검찰 수사를 중단시키고 특검을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치권과 청와대는 조속히 결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