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라이프] “어릴 때부터 판소리를 들으며 자라 부모 몰래 명창을 찾아다니고 용돈을 모아 학원을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배고픈 직업이라며 가족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지금 고수가 되어 있다. 그것도 최초의 시각장애인 명고수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주인공은 조경곤(45·인천순복음교회)씨다. 23일 서울 종로3가 연습실에서 발표회 준비로 여념이 없는 그를 만났다.
조씨는 자신이 고수의 길을 걷게 된 건 하나님의 인도라고 고백했다. 그는 20대 초 운동 중 망막 부상을 입어 20대 후반에 완전 실명을 하게 됐다. 이때 방황하던 그를 잡아 준 건 판소리였다. 그러나 판소리는 장단을 치는 고수와 창자가 눈빛과 입모양, 숨결을 서로 교감해야 하는데 앞을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북을 치겠다고 하니 다들 무리라고 여겼다.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을 생각하며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으로 불가능의 벽을 이기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북 연습을 했습니다. 최고의 명고가 되게 해달라고 매달려 기도했습니다.”
조씨는 인간문화재 김청만 선생에게 사사하고, 서울전국국악경연대회, 순천 팔마고수 전국경연대회 등에서 여러 대회에서 입상했다. 안숙선 김수연 왕기철 등 당대 최고 명창과도 호흡을 맞추며 고수로서 인정을 받고 있다.
꿈을 이룬 조씨는 판소리를 배우고 싶지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포기하는 사람들을 가르치고 있다. 하나님께 받은 은혜와 축복을 장애인들에게 국악을 가르치는 것으로 돌리기 위해서다. 무대공연과 일반인을 강습하며 받는 사례비로 장애인을 가르치고 있다.
조씨는 오는 4월21일 오후 2시 인천서구문화회관 소강당에서 ‘제3회 판소리 수궁가 완창 고법 발표회’를 연다.
“이번 발표회는 판소리 600년 역사상 시각장애인의 북 장단에 맞춰 시각장애인이 완창하는 첫 공연이라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시각장애인 정선화 명창과 함께 합니다.”
그는 소리하는 명창과 호흡이 맞아떨어질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손색없는 발표회란 평가를 받기 위해 각오를 다지고 있다.
앞으로 인간문화재에 도전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힌 조씨는 한편으로 세계로 진출해 세계적 음악가와의 협연을 꿈꾸고 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최초 시각장애인 고수 조경곤씨
입력 2012-03-30 1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