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정상회의 한계론 솔솔… 내부 경쟁에 한목소리 실종 世銀총재 후보도 못내
입력 2012-03-29 19:22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방의 세계경제 독점 구조를 깰 수 있는 신흥 경제국의 정책 모임으로 주목받던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한계론이 나오고 있다. 회원국 간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이렇다 할 성과도 없기 때문이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29일 브릭스 정상들이 인도 뉴델리에서 제4차 정상회의를 갖지만 지금까지 이룬 뚜렷한 성과라고는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인 것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브릭스에 참여하는 중국과 인도, 러시아, 브라질, 남아공 등 5개국은 최근 성장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개별국가로서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구가하는 국가 대열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내부의 경쟁 관계와 모순으로 합의된 목표나 행동을 도출하지 못해 정책모임으로서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브릭스 국가들은 출범 때부터 세계은행에 필적할 새로운 개발은행 창설을 논의했으나 아직까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선출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으나 후보를 내지 못했으며 세계은행 총재 후보에 대한 입장도 정리하지 못했다.
이란 핵문제에 대한 대응이나 인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등 정치문제에서도 한목소리를 내는 데 실패하고 있다. 이는 회원국 간에 정치·경제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적된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인도와 브라질, 남아공은 브릭스 내에서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민주주의에서 유리돼 블라디미르 푸틴 통치로 예속되고, 중국도 정치적으로는 국외자로 머물고 있다.
또 중국과 인도가 수십 년간 국경분쟁을 해소하지 못하고 군비경쟁을 하면서 서로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는 것도 브릭스의 발목을 잡는 요소가 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국제경제경영학과의 황야셍 교수는 “브릭스는 정책모임이 전혀 아니다”면서 “(브릭스 정상회담은) 사진이나 찍고 헤어지는 행사”라고 혹평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