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시간 경계 넘나드는 ‘사물과 은밀한 독대’… ‘수집 미학’
입력 2012-03-29 18:26
수집 미학 / 박영택 (마음산책·1만4000원)
경기대 교수이자 미술평론가인 저자는 10여년 동안 일상적으로 만나는 물건을 수집해 왔다. 만화 주인공 심슨 캐릭터 인형부터 귀이개와 손톱깎이까지 70여 가지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자신의 심미안으로 고른 물건들을 엿보고 그에 깃든 이야기를 전해 듣노라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이 어느새 독특한 무엇이 되고, 내 주변의 사물에 새삼스레 눈길을 주게 된다.
“책상 서랍에 들어 있다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나와서 내 신체에 관여하는 이 도구, 연장은 당연히 비교적 먼 여행길을 떠날 때면 반드시 챙겨가는 우선적인 것이기도 하다.”(손톱깎이) “나는 생각이 떠오르게 하는 사물이 좋다. 그 순간 사물은 정서적인 삶의 동반자가 되고 상념을 떠올리게 하는 자극제가 된다. 의미 있는 사물이 되는 것이다.”(컵 받침)
“빨강머리의 인어공주가 초록색 꼬리를 흔들며 유유자적하는 모습이 적잖이 위안을 안겨준다”는 탁상시계, “어떤 순간을 현재의 시간 위로 불러내고 추억하게 한다”는 지우개, “창에 비스듬히 엎드려 붙어 있는 모습이 내 모습의 한 조각을 엿보는 것 같다”는 스파이더맨 인형 등 추억과 시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물들과 나누는 은밀한 독대가 재미있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