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운찬 사퇴의 변이 일리는 있지만…
입력 2012-03-29 18:31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어제 임기를 9개월여 앞두고 사퇴했다. 그는 ‘사퇴의 변’에서 “더 이상 자리를 지키는 게 의미 없다는 생각과 동반성장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 국민의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지금 사퇴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의 한계를 느껴 물러난다는 얘기다. 그가 대기업과 정부를 겨냥해 각을 세운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는 전경련의 ‘발전적 해체’ 필요성까지 언급한 것은 물론 “우리 재벌들은 이익을 위해서라면 기업철학도 휴지통에 넣기를 서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또 비정규직과 실업 증가, 자영업 몰락, 정당치 못한 부의 세습 등 우리 사회가 극소수만을 위한 사회가 됐는데 정부는 아무 것도 한 게 없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노코멘트”라며 일축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 위원장 발언 가운데 대기업과 정부가 곱씹어 들을 대목이 있다고 본다. 대기업의 경우 빵과 순대까지 사업을 확장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수한 사례에서 보듯 개선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단순히 돈 버는 것을 궁극적 목적으로 여겨선 안 된다. 공동체 행복에 기여하겠다는 철학을 가져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전경련 해체 주장이 확산될지 모를 일이다. 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더 분발해야 할 것이다. 야당이 ‘1%만을 위한 정부’라고 공격하고, 현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많아진 이유를 유념해야 한다.
정 위원장 발언이 순수한 것만은 아니다. 그가 정계 진출을 위해 사퇴했다는 관측이 많고, 정 위원장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는 탓이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올 대선 출마 문제와 관련해 “해군을 해적이라고 하는 등 국가가 누란의 위기에 처해 있다. 수수방관만 할 수 없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꿈은 순탄치 않을 듯하다. 정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신정아씨가 자신의 책에서 ‘겉으로만 고상할 뿐 도덕관념은 제로’라고 정 위원장을 혹평한 데 대한 해명부터 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