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인들의 ‘부정적 징후’ 경계… ‘디지털 코드와 극서정시’

입력 2012-03-29 19:24


디지털 코드와 극서정시/최동호/서정시학

‘극(極)서정시’는 최동호(사진) 고려대 국문과 교수가 3년 전에 들고 나온 새 용어이다. 그는 ‘극서정시의 기원과 소통’이라는 평문에서 ‘극서정시’라는 용어를 주창한 데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새 용어가 출현한다고 해서 현재의 시가 갑자기 달라지는 것도 아니요, 기존의 시가 모두 다르게 보이는 것도 아니다. 다만 소통불능의 과소비적 시들에 대해서는 서정시 본연의 절제와 여백의 활용으로 보다 견고한 시가 요구된다는 점을 강조해 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최근 우리 시단에서 시적 담론의 공백 지점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43쪽)

당시 한국문단은 시의 변혁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서정을 모색하자는 이른바 ‘미래파’ 시인들의 등장으로 인해 매우 민감한 시기였다. 하지만 미래파에 대해 최 교수는 이렇게 정리한다. “미래파로 지칭되는 시인들 대부분은 처음에 자신에게 던져진 명명의 의미가 무엇인지 깊이 자각하기도 전에 시대의 선두주자로 부각되었고, 그들의 시가 문학적으로 크게 성숙시킬 시간의 축적이 허락되기도 전에 잊혀져야 하는 불행한 운명의 시인들이었다.”(42쪽)

‘극서정시’는 최 교수가 젊은 시인들의 시에서 느껴지는 부정적 징후들을 지적하면서 들고 나온 일종의 대안이었다. 문단 내부에 빠르게 전파되고 있던 ‘서정시의 위기’라는 비상 상황을 ‘극서정시’로 극복하자는 일종의 제안이었던 것이다. 미래파가 남긴 자취를 장황한 서정시, 난삽한 서정시, 소통부재의 서정시로 정리한 그는 이런 결론을 내리기에 이른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디지털 시대 그리고 트위터 시대에 우리 시의 길을 찾는다면 그것은 극서정시가 될 것이라 전망된다는 것이다. 난삽하고 장황하며 소통부재의 시들이 가지는 몽환적 속박으로부터 우리 시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 극서정시의 길이다.”(88쪽)

젊은 시인들은 그의 이런 주장에 대해 문단 보수의 고리타분한 항변이라고 치부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대조적으로 최 교수는 젊은 시인들이 디지털 시대의 환각적 도취에 젖어 있는 한 그들이 보는 것은 자기 환멸일 뿐이라고 충고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됐든 최 교수의 평문은 선배 문인들과 미래파 시인들 사이에 형성된 보이지 않는 전선(戰線)이 되고 있다. ‘진흙 천국의 시적 주술’(2006) 이후에 쓴 평문들을 묶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