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피겨, 김민석이 일낸다… 세계선수권대회 3년 연속 본선 진출

입력 2012-03-28 19:33

“휴우∼”

한국 남자 피겨의 간판 김민석(19·고려대)은 은반 위를 벗어나며 긴 한숨과 함께 고개를 떨궜다. 김민석은 28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니스의 팔레 데 엑스포지숑에서 열린 201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 남자 싱글 예선에 출전해 첫 번째 점프인 트리플 악셀에서부터 실수를 범한 데 이어 트리플 룹에서도 엉덩방아를 찧자 예선 탈락을 직감했다. 하지만 본인의 예상과 달리 전광판에 본선 진출을 알리는 110.24점이 표시되자 김민석은 환하게 웃었다. “사실 예선에서 탈락하는 줄 알았다. 첫 번째 점프에서 실수가 나오면서 경기가 꼬이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본선에 진출해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프리스케이팅 남자 싱글 예선은 28명 중 12위까지 본선 참가 자격이 주어지는데 김민석은 11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그는 기술점수(TES) 53.66점, 예술점수(PCS) 57.58점, 감점 1점을 받아 110.24점을 기록했다. 자신의 프리스케이팅 최고점수(114.92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3년 연속 세계선수권대회 본선 진출의 쾌거를 달성하며 다시 한번 한국 남자 피겨의 간판임을 입증했다.

김민석은 “지난해에도 아슬아슬하게 본선에 진출했는데 올해도 어렵게 통과했다. 본선에서는 오늘 프리스케이팅에서 보여주지 못한 것을 다 보여주겠다”고 말하면서 “일단 20위 안에 드는 게 목표지만 좀 더 욕심을 내서 15위까지 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우아하고 섬세한 여자 피겨에 비해 선이 굵고 고난이도 점프 기술이 매력인 남자 피겨가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귀공자 타입에 활달한 성격의 김민석은 어려서부터 ‘아이돌’ 스타였다. 덕분에 ‘김민돌’이란 애칭을 갖고 있는 그는 김연아, 곽민정과 함께 ‘군포 수리고 3인방’으로도 통한다.

선수 부족으로 척박한 한국 남자 피겨 무대에서 김민석은 꾸준하게 활약해 왔다. 지난 3년 동안 한국 남자 싱글을 대표해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했고, 아직까지도 국내 선수들 중 유일하게 실전 경기에서 트리플 악셀(세 바퀴 반 점프)을 구사할 줄 아는 선수이기도 하다.

김민석은 3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본선 쇼트프로그램에 나선다. 이때 24위 안에 들면 31일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다.

곽경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