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대설전’… 美 ‘건보개혁법’ 위헌 심리 이틀째, 로버츠 대법관 캐스팅보트로 부상
입력 2012-03-28 19:05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최대 업적이라 평가되는 건강보험개혁법의 위헌논란을 둘러싸고 진행 중인 연방대법원 심리에서 보수·진보 진영 간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부터 보험의 가입의무조항 문제를 두고 사흘일정으로 심리가 진행되는 가운데 27일에는 느닷없이 ‘브로콜리’가 설전의 중심이 되었다.
보수 성향의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은 “정부가 개인에게 건강보험 가입을 강요할 수 있다면, 브로콜리 역시 의무적으로 섭취하게 강제할 수 있지 않느냐”며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의 도널드 베릴리 법무부 차관은 “건강보험은 브로콜리와 다르게 개인이 예측 불가능한 위험을 대비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며 맞대응했다.
반면 위헌주장 측 폴 클레멘트 변호사는 “정부가 보험료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지불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까지 가입을 강제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심리가 진행되면서 현지 언론들은 대체로 정부 측이 효과적으로 방어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미 CNN 방송은 27일 양측 변호인의 모두발언 장면을 묘사하며 위헌사유를 유창하게 주장한 클레멘트 변호사와 대조적으로 베릴리 차관은 말을 더듬거리며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5대 4로 보수진영이 우세한 대법관 구성 중에 균형을 깨뜨릴 캐스팅보트로 CNN은 존 로버츠(57) 대법관이 떠올랐다고 전했다. 보수 성향의 로버츠 대법관은 심리에서 정부가 건강보험 시장을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클레멘트 변호사의 주장을 시장의 특수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는 것. 당초 캐스팅보트를 쥔 것으로 관측돼온 대법관으로 앤소니 케네디가 꼽혔으나 그가 보수진영 쪽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에 최종 결정이 주목된다. 오바마의 재선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판결은 오는 6월에 내려질 예정이다.
홍혁의 기자 hyukeu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