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D-13] 첫 재외국민 투표 시작… 베이징, 첫날 181명만 투표 ‘썰렁’

입력 2012-03-29 00:17


4·11 19대 국회의원 총선거 공식선거운동이 29일 0시를 기해 시작됐다. 후보들은 이날부터 4월 10일 밤 12시까지 13일간 열띤 선거전을 벌이게 된다.

특히 이번 선거에 헌정사상 처음 도입된 재외국민 투표가 28일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일제히 실시됐다. 다음달 2일까지 6일간 107개국, 158개 재외투표소에서 투표가 이뤄진다.

재외투표소는 재외유권자의 규모에 따라 투표기간 내 4∼6일간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그러나 재외선거 등록자 수가 유권자 223만3193명의 5.5%(12만3571명)에 불과한 데다 실제 투표율도 저조할 것이란 게 일반적 예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현재 투표가 마감된 호주 시드니(4.2%)·캔버라(6.3%),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10.9%)·유지노사할린스크(17%) 등 5개 지역 평균 투표율이 10%에 못 미쳤다. 6시 투표가 끝난 일본 도쿄는 6.4%에 그쳤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시 한국교육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는 중간에 투표용지 발급 프린터 이상으로 투표가 지연되기도 했다.

선거 첫날이라고는 하지만 총선에 대한 무관심과 까다로운 투표절차로 재외선거가 유명무실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 북부 비엔나의 한미과학협력센터에 설치된 워싱턴 DC 투표소에서는 오전 8시부터 순조롭게 투표가 시작됐다. 정태희 미주지역 총괄 재외선거관은 “부재자 등록을 위해 직접 공관을 찾아야 하는 등 생업에 종사하는 교민들이 투표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유권자 86만6166명 중 2만3040명(2.66%)이 등록을 마쳤다.

중국에서는 베이징, 광저우, 칭다오, 상하이, 선양 등 9곳에서 오전 8시부터 일제히 투표가 실시됐다. 베이징은 유권자 9만6480명 가운데 6357명이 등록해 6.59%의 등록률을 보였으며, 이 중 181명이 투표(투표율 2.8%)했다. 베이징 시내 차오양(朝陽)구 둥팡둥(東方東)로 주중 대사관 내 경제동 1층에 설치된 투표소는 예상대로 유권자들이 띄엄띄엄 찾아 대체로 한산했다.

안정수(60) 주중대사관 재외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투표소가 교민들이 모여 사는 왕징(望京)과 떨어져 있어 투표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그나마 오전 11시20분쯤 톈진(天津) 교민 35명이 전세버스 편으로 주중 대사관에 도착하면서 투표소 주변이 모처럼 활기를 띠기도 했다. 톈진 한국인회 사무국장 정현직(34)씨는 “톈진에서 베이징까지 차로 2시간30분이나 걸려 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1인당 90위안(1만6000원)씩 내 버스 임대비와 점심식사비에 충당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도 톈진 교민들은 매일 버스편으로 대사관에 와서 투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투표 사무원 남홍구(23·칭화대 영문과 3)씨는 “재외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파견된 최광순(54) 재외선거관은 “투표 등록 기간 중 선관위가 기관이나 단체를 찾아다니며 등록을 받은 만큼 투표율이 높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베이징=글·사진 정원교 특파원,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