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시 도진 네거티브 선거전
입력 2012-03-28 18:29
4·11 총선 공식 선거운동을 하루 앞둔 어제 여야 지도부는 상대를 비방하는데 주력했다.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과 연대한 통합진보당의 종북 성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대한 민주당 지도부의 말뒤집기를 집중 공격했다. 반면 민주당은 새누리당을 겨냥해 철 지난 색깔론을 걷어치우라고 반박하고, ‘이명박근혜 공동정부’가 소수 특권층만 잘 살게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 판세가 접전 양상을 띠자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상대당의 흠을 잡아 확대 재생산하느라 여념이 없는 것이다. 이번 총선도 여느 선거처럼 네거티브 싸움이 극성을 부릴 것임을 예고하는 씁쓸한 장면이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전국 곳곳에서도 후보들 간 네거티브 싸움이 확산되고 있다. 상대 후보의 전력(前歷)을 물고 늘어지는 곳도 있고, 성 추행 의혹이나 금품 제공 등 근거 없는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경우도 있으며, 박사논문을 뒤져 표절이라고 폭로한 곳도 있다. 네거티브 선거 전략은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열세인 후보들이 사용한다.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선 어떻게 해서든 상대 후보를 곤경에 빠트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 기존의 지지층을 더 결속시키는 효과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폐해도 많다. 선거판을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시켜 정책 선거를 실종시킨다. 진위 논란에 개의치 않고 마구 치고받아 유권자들을 짜증나게 한다. 정치 불신을 가중시킨다. 더 큰 문제는 선거 이후다. 선거가 끝나면 패자도 그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것이 바람직한 문화다. 하지만 네거티브 선거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면 낙선자가 결과를 흔쾌히 수용하기 어려워진다. 낙선자가 당선자를 찾아가 축하하거나, 당선자가 낙선자를 위로하는 모습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적개심은 다음 선거 때까지 이어진다. 네거티브 선거전은 이렇듯 사회적 통합까지 저해한다.
유권자들이 눈을 부릅떠야 한다. 그리고 흑색선전 등을 일삼아 내 고향, 나아가 국론을 분열시키는 후보들에게 매서운 힘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