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법사찰 증거인멸 성역없이 파헤쳐야

입력 2012-03-28 18:28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증거인멸 의혹 사건의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개입 의혹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이 사건을 보고받았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이 정점을 향해 치닫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청와대가 불법사찰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폭로해 이 사건의 재수사를 촉발한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27일 한 인터넷 팟캐스트에 출연해 “정일황 과장(장 전 주무관의 직속상관으로 구속기소된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의 후임)이 ‘내 문제가 VIP한테 보고됐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진행자가 “VIP는 대통령을 뜻하느냐”고 묻자 그는 “네”라고 대답했다.

장 전 주무관은 “민정수석실에서 이 사건으로 기소돼 법원에서 재판받는 7명을 관리하는 담당자가 정해져 있다고 들었다”며 “나를 관리한 담당자는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가 나와 아내의 취업을 알선해줬다”면서 자신에게 전화한 공기업 이사 등의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이런 의혹 제기에 대해 청와대 측은 “장 전 주무관의 얘기”라며 “일방적인 주장에 대한 시시비비는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 전 주무관이 발언 당사자로 지목한 정 과장도 VIP 언급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이미 밝혀진 대로 임 전 실장의 측근 이동걸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장 전 주무관 변호사 비용으로 4000만원을 전달했고, 임 전 실장은 이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전 총리실 직원들에게 금일봉을 주기도 했다. 급기야 이 대통령이 관련됐을지 모른다는 의혹까지 불거진 것이다.

국민은 설마 하는 심정으로 이 사건의 추이를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청와대는 관계자를 통해 이 대통령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하든지, 아니면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의혹의 진위를 밝히는 수순을 밟아야한다. 이 대통령이 책임질 일이 없다면 다시 한 번 검찰의 엄정중립과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