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D-13] “정치 감당” 발언한 안철수, 침묵깨고 대선 출마 운 뗐는데…

입력 2012-03-28 18:45


총선 정국에서 한동안 잊혀져 있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다시 정치적 ‘수사(修辭)’를 했다. 여야 모두 다소 민감하게 반응하는 눈치다. 그간 정치권에 발을 디딜 듯 말 듯했던 그가 의중이 확실하게 담긴 말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안 원장이 27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공개 특강에서 한 정치적 발언을 요약하면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사회의 긍정적 발전을 전제로 정치를 감당할 수 있으며 둘째 “지금 있는 분(대선주자)들이 잘해 주면 내가 나설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끝으로 그는 정치를 할 경우 “어떤 진영의 논리에 휩싸여 공동체의 가치를 저버리는 판단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를 다시 풀어보면 안 원장은 지금의 여야 대선구도에 변화가 있으면 정치에 뛰어들 생각을 갖고 있으며, 이때 기존 정당이 아닌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해보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28일 “안 원장이 ‘내가 만약 정치를 안 하겠다고 선언하면 그동안 긴장했던 양당(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옛날로 돌아갈 것이다’라고 한 언급도 상당히 함축적”이라며 “올해 대선 판에 뛰어들겠다는 의지가 읽혀진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안 원장의 발언에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여권의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독주 체제와 야권 내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의 지지율 상승세에 대한 위기의식이 배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안 원장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선 캠프 구성설 등이 돌고 있다.

아무튼 대권 레이스 과정에서 현재 거론되고 있는 여야 주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본인이 나서겠다고 밝힌 이상 안 원장은 주변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며 때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과 젊은 세대를 향해 메시지를 툭툭 던질 수도 있다. 그는 이달 들어서만 지난 4일 탈북자 북송 반대 시위 현장을 찾았고, 지난 12일에는 방송 3사 노조의 연대 파업 지지성명을 내는 등 보수·진보 두 진영을 넘나드는 모습을 선뵀다.

그러나 안 원장이 2주도 남지 않은 총선에서 역할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시간이 촉박한 것도 있지만 어느 한쪽을 편들면 향후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 물론 정치권 안팎에는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안 원장이 박원순 후보를 찾아가 친필지지 서신을 전달하며 당선에 영향을 미쳤던 예를 떠올리며 전격적인 총선 ‘개입’을 예측하는 시각도 있기는 하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