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현장을 가다-광주 서구을] “이젠 지역감정 안통해” VS “야권연대 효과 나타날 것”
입력 2012-03-28 21:50
이번 4·11 총선에서 전통적인 옛 민주당 ‘텃밭’인 광주 서구을이 최근 전국적으로 가장 관심을 끄는 선거구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광주·전남에서 유일하게 이곳을 야권연대 지역으로 선정한 데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최측근이 출마하면서 양측의 대결구도가 주목되기 때문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새누리당 이정현(53) 후보가 민주당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지역주의의 벽을 깰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야권연대 후보인 오병윤(54) 후보가 민주통합당 표심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보고 있다.
현재로선 예측 불허지만 최근 지역 신문과 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이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전남지역에서 ‘황색바람’이 일기 시작한 1988년 13대 총선 이후 새누리당 후보가 두각을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후보는 지난 17대 총선 때 서구을 지역구에 출마해 전체 유효표의 1%에 미치지 못하는 720표를 얻는 데 그쳤었다.
하지만 야권 진영도 본격 선거전이 시작되면 당 대 당 대결구도를 만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아직은 새누리당에 의석을 내줄 수는 없다는 지역여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총선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두 후보는 요즘 유권자를 한 명이라고 더 만나고 각종 행사에 참석하느라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새누리당 이 후보는 28일 새벽 5시에 일어나 관내 교회를 찾은 것을 시작으로 오전 7시30분쯤에는 풍암동 우마광장 사거리에서 출근 차량을 상대로 길거리 투어를 했다. 야당세가 강한 지역이어서 조직으로 승부할 수 없고 오로지 주민들에게 다가가 호소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으로 곳곳을 누비고 있다.
이 후보는 요즘 선거운동을 하면서 파란색 새싹 한 잎이 수놓아진 노란색(민주통합당의 상징색) 넥타이를 매고 다닌다. 27년간 민주통합당 일색이었던 이 지역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한 명만 뽑아 달라는 뜻이다.
전남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통합진보당 오 후보는 현역 의원에 뒤지지 않는 인지도와 지명도를 앞세우고 있다. 야권 단일후보라는 정치적 의미를 부여해 낮은 자세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오 후보는 이날 오전 5시에 집을 나서 출근길 거리 홍보전을 벌인 데 이어 곧바로 서구 풍암동 주민자치센터 내 요가교실을 찾은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등 밤늦게까지 유권자들을 찾아 다녔다.
오 후보는 “광주의 야권연대는 4·11 총선에서 지난 4년간 서민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한 새누리당과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자는 지역 주민과 국민의 요구”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야권연대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도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약국을 운영하는 주민 김모(50·풍암동)씨는 “이제 지역감정으로 투표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번 총선에서는 지역발전을 위해 일할 인물을 보고 찍겠다”고 말했다. 서점을 운영하는 김모(56·여·풍암동)씨는 “정치를 잘 모르지만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을 위해 정당을 보고 찍겠다”고 말했다.
서구을 선거구에서는 민주통합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서대석 후보와 행정자치부 차관 출신의 무소속 정남준 후보, 성악가인 정통민주당 이점자 후보가 득표활동을 하고 있다.
광주=이상일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