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 폐쇄, 가능성 있나… 정부, 원전 주변 주민들 ‘재가동’ 반발 거세져 곤혹

입력 2012-03-28 19:07

정전사고 은폐 파문으로 ‘고리 원전 1호기 폐쇄’ 여부가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원전 주변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원전 재가동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던 정부는 극도로 말을 아끼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28일 “고리 원전 1호기 재가동과 월성 원전 1호기 계속운전에 대해서 현시점에서 어떤 방향도 정해진 바가 없고,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규제기관의 엄격한 안전성 평가를 거쳐 결정될 사안”이라고 밝혔다. 전날 조석 2차관이 ‘폐쇄’로 기운 듯한 발언을 한 것처럼 보도되자 즉각 해명한 것이다. 정부는 여전히 재가동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원전 지역 주민들은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부산 기장군 장안읍발전위원회는 19대 총선후보로 나선 해운대·기장을 후보 5명에게 이번 주 내로 고리 1호기 폐쇄를 공약에 반영하도록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폐쇄를 거부하는 후보에 대해선 사실상 ‘낙선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평화반핵군축시민연대’는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전 사고가 나면 부산은 죽음의 도시가 되고 말 것”이라며 고리 1호기 폐쇄를 요구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은 고리원자력본부 앞바다에서 해상시위를 벌였다. 김두관 경남도지사도 26일 성명서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고리 원전 1호기를 폐쇄하라”고 촉구했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난처한 표정이다. 세계적으로 연장가동 중인 원전이 수두룩한데다 원전을 연장가동하지 않고서는 당장 올여름철부터 전력수급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전사고 은폐 파문으로 반박할 처지가 못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원전을 폐쇄할 준비도 돼 있지 않다. 우리는 핵물질을 재처리할 권한이 없고, 고준위 핵폐기장도 없어 만약 원전을 폐쇄하면 폐연로봉 등을 그대로 고리 1호기 안에 둘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을 연장가동해도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고, 당장 폐쇄할 여건도 안 되는데 말을 꺼내기조차 어려운 상황이어서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노석철 기자, 부산=윤봉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