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정택 (17) “나훈아가 무대 서면 총 쏘겠다” 발칵 뒤집힌 뉴욕

입력 2012-03-28 17:49


“회장님은 모든 면에서 저보다 월등히 뛰어나십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제가 회장님보다 더 앞서는 게 있습니다. 예수님에 대해서는 제가 더 많이 알고 있습니다.”

“알아, 알아! 김 단장 마음 내가 잘 알아.”

나는 언젠가부터 나훈아 선배님을 최 회장님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선배님이 사업을 하고 나서 그분의 본래 성씨를 붙여 그랬던 것 같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벼르고 벼르다가 선배님을 전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사실 내가 연예계에서 일하면서 나훈아 선배님만큼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도 드물다. 그분은 매사에 ‘똑 소리’다. 노래 한 곡을 부르실 때마다 어떻게 해야 청중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지를 철저히 연구하고 준비하신다. 특히 공연을 할 때면 꼼꼼하게 자료를 챙겨 구상한 다음 무대연출까지 직접 하신다. 선배님은 연주, 조명, 음향, 무대장치 등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다. 30년 가까이 그분과 함께 일을 하면서 나는 끊임없이 감탄해왔다.

그러다 보니 선배님과 공연을 할 때면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워낙 섬세하고 철저한데다 다양한 분야에 해박한 분이기에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간혹 작은 실수라도 할라치면 공연 후 정확하게 지적하신다. 시간만 나면 책을 읽고 공부하시는 선배님의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지금까지 나는 선배님께 참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런데 일을 벗어나서는 겉보기와 달리 많이 여유롭다. 그분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인정과 의리의 사나이’라고 할 수 있다. 사리분별을 해야 할 때는 철저하지만 일상적으로는 시쳇말로 쿨하다. 가끔씩 경상도 사투리로 툭툭 던지는 조크는 주위 사람들을 저절로 끌려들게 하는 매력이다. 그러면서도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항상 강한 카리스마를 유지하신다.

그러기에 선배님에게 복음을 전하기는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한 번 시작된 나의 ‘전도 본능’은 멈추지 않았다. 시간만 나면 시작되는 나의 예수님 이야기에 선배님은 가끔 귀찮아 할 때도 있지만 대개 웃으면서 들어주신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선배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하나님이 살아계신 것은 분명한 것 같아. 우리 김 단장이 이렇게 변한 걸 보면 말이야.” 그분은 나의 BC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말에 힘입어 나는 나의 변화에 대한 간증을 집중적으로 했다.

선배님과 미국 공연을 갔을 때 일이다. 뉴욕에서 막바지 공연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한 교민으로부터 기획사에 공연을 취소하라는 협박전화가 걸려왔다. 선배님이 무대에 오르면 총으로 쏘겠다는 것이었다. 기획사에서는 난리가 났다. 기획사 사장은 아무래도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라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제가 집중적으로 기도하겠습니다. 나훈아씨에게는 말하지 말고 그냥 진행합시다. 대신 경호는 철저히 해야 합니다.”

초긴장 속에서 진행된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로 무대에 올라간 선배님은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쳤다. 나중에 그 상황을 전해들은 선배님은 “내가 김 단장 기도 덕을 톡톡히 보네” 하며 껄껄 웃으셨다.

그 뒤 지방공연을 갔다가 대기실에서 선배님이 내 손을 잡고는 어색하게 말문을 여셨다.

“나는 내 공연이 계속 성공하는 이유를 알아. 김 단장이 나와 내 공연을 위해 기도하기 때문이란 걸 알지.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이랑은 일 못한다.”

나는 그때 선배님이 예수님을 알아가고 있다는 확신을 했다. 실제로 선배님은 그 이후 내가 예수님 이야기를 하면 고개를 연신 끄덕이셨다. 그 뒤에 또 한 번은 공연을 잘 마치고 나면 속으로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고 기도한다는 말씀도 하셨다. 나는 지금도 선배님이 공식석상에서 “나는 예수님을 믿습니다”라고 고백하실 날을 기도하면서 기다리고 있다.

정리=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