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가·동유럽까지 시끌… 오바마, 메드베데프와 ‘밀담’ 공개 파장

입력 2012-03-28 00:16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에게 미사일 방어시스템(MD)을 향후에 양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밀담’이 알려지며 워싱턴 정가뿐 아니라 동유럽으로까지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미 공화당 유력 대권주자인 밋 롬니는 26일(현지시간) CNN과 가진 인터뷰에서 “지정학적으로 러시아는 미국의 주적”이라며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롬니는 “러시아는 국제무대에서 비우호적 존재”라며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더 큰 유연성을 추구하겠다고 한 것은 아주 우려스런 신호”라고 지적했다. 뉴트 깅그리치 후보 역시 “대통령이 얼마나 많은 국가들에게 이 같은 유연성을 약속했는지 궁금하다”고 공격했다.

당초 MD 기지가 세워질 계획이었던 폴란드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폴란드 최대 신문인 팍트(Fakt)는 “양 정상이 폴란드를 거래하는 것이냐”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27일 해명에 나섰다. 그는 “MD 문제는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국방부와 의회, 그리고 민주·공화 양당의 합의가 있어야 해결될 수 있다”며 지나친 해석을 경계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뒤 기자회견을 갖고 “모든 미국 대선 후보들에게 자신의 견해를 구성할 때 머리를 써서 이성적으로 사고할 것과 시계를 쳐다볼 것 등 2가지를 제안하고 싶다”며 “지금은 1970년대가 아닌 2012년”이라고 꼬집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와 회담하면서 “이번이 나의 마지막 선거다. 선거가 끝난 뒤라면 나는 지금보다 유연해질 것”이라고 협조를 요청한 사실이 밝혀져 곤경에 처했다.

홍혁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