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에 쿠바 방문한 교황… “새롭고 열린 사회 건설” 촉구

입력 2012-03-27 19:17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6일(현지시간) 쿠바 국민들에게 “새롭고 열린 사회 건설”을 촉구했다.

교황은 이날 쿠바 제2의 도시인 산티아고에 도착한 뒤 수십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야외 미사를 집전하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교황이 쿠바를 방문한 것은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문 이후 14년 만이다. 베네딕토 16세는 28일까지 사흘 동안 쿠바에 머물 예정이다.

교황은 미사 도중 “믿음을 다시 굳건하게 하고, 평화·용서·이해로 무장하고, 새롭고 개방된 사회, 더 나은 사회, 더 인간적인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길 여러분에게 호소한다”고 말했다.

올해 84세인 교황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부축받기도 했으며, 자신을 환영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거나 찬송한 군중들에게 미소로 화답했다. 당국은 쿠바 국민 1100여만명 중 100여만명이 이번 미사에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산티아고 동쪽에 위치한 공항까지 나가 교황을 영접했던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미사석 맨 앞줄에 앉았다.

교황은 “역사적으로 이 중요한 시기에 쿠바가 이미 미래를 모색하고 있으며, 지평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주 중남미 지역 순방에 나서면서 마르크스주의는 “이미 현실에 맞지 않다”며 쿠바에 새로운 사회 모델 구축을 촉구했다.

그러나 미주대륙에서 유일하게 공산당 독재 국가인 쿠바의 지도자들은 민주주의가 이미 쿠바에 존재하고 있다며 서구 방식의 다당제 거부 입장을 밝혔다.

카스트로 의장은 이에 앞서 교황에게 “세계 위기에는 도덕적 측면이 있다”며 “정치적 부패와 진정한 민주주의의 부재가 현재의 두 가지 악”이라고 주장했다.

쿠바 당국은 교황 방문에 앞서 지난 며칠 동안 반정부 운동가 150여명을 체포했다. 교황은 산티아고에 이어 수도 아바나를 방문해 28일 혁명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다.

교황은 굳이 야권 인사들을 만나지 않아도 쿠바의 정치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며 이번 방문기간에 야당 관계자들을 만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