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비주류의 비애 깊어간다… 중소기업 10곳 중 7곳 신입사원 1년 내 퇴사

입력 2012-03-27 18:53


올 초 모 중소 IT업체에 취직한 이모(28)씨는 입사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이씨는 “유망 중소기업에서 뜻을 펼쳐보는 것도 괜찮다고 여겼지만 생각한 것과 달리 적성에 맞지 않았다”며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과 얘기하다가 복지와 임금 차이가 너무 나 의욕이 떨어진 면도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번듯한 대기업에 들어가기가 갈수록 어려운 상황에서 근로조건과 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 취업자 및 비정규직들의 부적응과 애환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 10곳 중 7곳 신입사원이 1년 안에 퇴사하고 있으며, 비정규직의 90%는 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예 아르바이트나 무위도식을 취업난 현실의 돌파구로 삼는 젊은이들도 많아졌다.

27일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와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310명을 대상으로 신입사원 퇴사율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입사 후 1년 안에 퇴사한 직원이 있느냐는 질문에 217명(70%)이 있다고 응답했다.

퇴사자를 기간별로 구분했을 때 3개월 안 퇴사가 45.2%로 가장 많았다. 퇴사자 중 절반가량은 입사한 이후 기초 수습과정을 떼기도 전에 기업 문을 박차고 나간 셈이다. 6개월 안 퇴사가 24.9%로 뒤를 이었다. 한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는 “상당수 퇴사자가 힘든 일을 하기 싫어하는 등 인내심이 부족하거나 조직생활에 대한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컸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퇴사가 많아도 중소기업 취업자 증가율은 대기업과 달리 꾸준히 늘고 있다. 통계청 조사결과 올 들어 1∼2월 중소기업(300인 미만) 취업자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4%인 반면, 대기업은 -0.8%였다.

또 다른 취업 비주류인 비정규직들의 부적응도 만만찮다. 잡코리아 조사결과 비정규직 직장인들의 90.5%는 차별을 경험했다. 급여 등에서의 차별이 가장 많았다. 실제 통계청 고용동향 조사를 보면 지난해 상여금 혜택을 받은 비정규직은 35.5%에 불과, 정규직(80.4%)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런 차별로 인해 비정규직의 평균 근속기간은 지난해 27개월로 정규직(79개월)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이 같은 취업 현실에 많은 젊은이들이 아예 번듯한 직장을 갖는 것 자체를 기피하고 있다. 단기 아르바이트 수준인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 수는 지난달 111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5만명이 늘면서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좋은 일자리 갖기도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자들이 주로 원하는 대기업 정규직 취업자 비율은 대졸 취업자의 8.1%에 그쳤다.

삼성경제연구원 손민중 수석연구원은 “요즘 청년들은 스펙을 많이 쌓아 눈높이가 높은 상황에서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자 취업을 포기하거나 아예 단기근로직을 통해 시간을 버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