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핵안보정상회의 폐막] ‘核감축’ 실천의지 진일보… 北·이란 빠져 성과 미지수
입력 2012-03-27 21:51
이명박 대통령이 의장 자격으로 27일 발표한 ‘서울 코뮈니케’는 각국의 이행의지 등을 담은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의 최종 결정체다. 핵물질 제거를 목표로 한 핵물질 국가등록시스템 구축과 불법거래방지를 위한 운송보안, 핵감식 역량 강화 등 핵안보 확보를 위한 국제적인 협력체계가 한층 강화된 점은 2010년 워싱턴 1차 핵안보정상회의보다 더 진전된 사안이다.
◇서울 코뮈니케 뭘 담았나=서울 코뮈니케는 53개국 정상 및 정상급 인사들과 4개 국제기구 수장 등 58명의 대표들이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제규범 강화다. 핵물질이 위험하게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제적인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서울 코뮈니케는 개정 핵물질방호협약(CPPNM)을 2014년까지 발효시키고 세계핵테러방지구상(GICNI) 등에 각국의 가입을 장려하는 내용을 담았다. 2010년 1차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 이후 CPPNM은 20여개국이 추가로 비준해 가입국이 55개국으로 늘었으며 이번 서울회의 참가국 가운데 10여개국이 비준을 추진하고 있다. 또 국제 핵테러억제협약(ICSANT) 가입국도 지난 2년간 14개 국가가 늘어 79개국으로 확대됐다.
서울 코뮈니케는 그간 핵안전 문제를 담당해 온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책임과 역할도 강조했다. 또 IAEA 핵안보 기금에 기여할 것과 IAEA가 각 국가들의 핵안보 인프라구축을 개선하는 데 지원토록 했다. 이는 IAEA의 경험을 각국이 활용해 국제적인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특히 서울 코뮈니케는 워싱턴 코뮈니케 때처럼 고농축우라늄(HEU) 사용을 최소화하고 HEU를 저농축우라늄(LEU)으로 전환토록 촉구한 것 외에 의학·산업·농업용으로 사용되는 방사선동위원소의 국가등록시스템 구축을 장려하는 등 방사선원에 대한 방호를 보다 강하게 촉구했다. 방사선원은 일상생활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테러리스트들에게도 손쉬운 표적이 되고 있는데도 그동안 이 같은 점이 간과됐었다.
이에 따라 앞으로 HEU를 LEU로 전환하는 국가와 규모가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 회의 이후 미국과 러시아는 핵무기 3000여개 분량의 HEU를 LEU로 전환했다. 아르헨티나 등 8개 나라는 480㎏의 민수용 HEU를 제거했고 멕시코, 우크라이나는 모든 HEU를 없앴다. 또 스웨덴은 수㎏의 플루토늄을 서울 정상회의 직전인 25일 미국에 반출했다.
또 워싱턴 회의에서 다루지 않았던 원자력 안전문제의 중요성을 명시해 ‘핵안보’와 ‘원자력 안전조치’가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원전의 취약성이 드러남에 따라 테러집단이 원자로 냉각장치, 사용 후 핵원료 저장소 등을 공격할 경우 제2의 후쿠시마 사태와 방사능테러가 일어날 우려가 크다는 우리 측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핵물질의 불법거래방지를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워싱턴 회의에서도 이 안이 언급되긴 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 이번 서울 코뮈니케는 핵·방사성물질의 국내·국제 운송 시 보안을 강화해 분실 및 도난을 방지하고 탐색기술을 향상시키기로 했다. 또 수출통제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해 핵물질 거래를 통제키로 했다. 이번 회의에 인터폴이 참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핵안보 교육훈련센터 설립을 장려하기로 했다. 핵안보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과 인적자원 육성을 통해 핵안보 문화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풀어야 할 문제점도 산적=이번 서울 회의는 워싱턴 회의에 이어 ‘방사능물질의 안보’와 ‘핵안보와 원자력 안전을 연계하는 방안’을 추가로 논의해 핵안보 영역의 지평을 넓혔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또 각국의 핵감축 노력을 보다 구체화하고 실행의지를 확고히 했다는 점도 진일보한 결과다. 특히 참여국들의 공동협력사업을 이끌어 내는 등 한국이 세계평화를 위한 노력에 강한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것은 적지 않은 성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한계점도 적지 않다. 우선 이번 회의는 핵물질이 무기로 전환돼 인류의 평화를 위협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개최됐지만 핵무기에 대한 세부 논의는 없었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때문에 ‘변죽’만 울렸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불법으로 핵무기 제조에 나서고 있는 북한과 이란문제를 논의하지 않은 것은 이 회의체가 지닌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각국의 핵물질 감축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구속력이 약하다는 것도 이 회의체의 약점으로 꼽힌다.
아울러 핵안보정상회의의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2014년 네덜란드에서 3차 회의를 갖는다는 것 외에는 운영 주체와 추진 일정 등을 내놓지 못했다. 3차 회의 때까지 후속 조치들이 마련될 수도 있지만 이 회의를 주창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올 11월 재선에 실패할 경우 ‘4년 내에 세계 모든 취약 핵물질의 안보를 확보한다’는 이 회의의 야심 찬 구상이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현수 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