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대강살리기 사업 사후환경영향조사의 문제점 분석… “동식물상 조사 일관성 없고 부실”
입력 2012-03-27 22:38
“지난해 몰살했을 낙동강 물고기들은 기록도 없이 사라져 버리게 됐다.” KEI 전동준, 이상범, 송영일 연구위원은 ‘하천정비사업의 수질 및 수생태계 분야 사후모니터링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2010년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사후환경영향조사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수질변화, 판별 쉽지 않아=2010년 사후환경영향조사에서는 대부분 공구에서 조사된 수질이 하천수질관리기준에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수질관리목표 달성 여부보다 조사지점별, 시기별로 수질과 수생태계를 연계·분석하는 게 중요하다. 전 위원은 “환경영향평가 단계와 그 이전 및 사후환경영향조사 단계까지 시간적, 공간적 현황에 대한 비교·분석이 어렵게 돼 있다”면서 “수질과 수생태계 및 동·식물상 등 환경변화를 통합적으로 평가해야 저감대책 수립여부를 신속히 결정해 하천환경의 교란과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후환경영향조사 보고서는 하천 수질 및 수생태계 조사에서 표준화된 16∼17개 항목 적용했지만 일부 공구에서는 주요 항목 8∼10개만 조사·분석했다. 그 때문에 공구별 자료의 일관성 및 통일성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다. 낙동강의 경우 한 보고서에 12개 구간의 방대한 사후조사 결과를 수록해 현황파악에 어려움이 따랐다. 낙동강과 한강에서 준설에 따른 탁수의 영향이 중요했지만, 오탁방지막과 침사지 등 오염저감시설 설치로 인한 수질영향이 파악되지 않았다. 보의 경우 설치지점 전후 50m이내를 조사지점으로 계획했지만, 한강 3공구 이포보는 이포대교 상류 800m가 측정지점이었다.
수질변화에 대해 전 위원은 “낙동강은 2010년 공사 중인 때를 기준으로 화학적산소요구량(BOD)의 경우 대체로 한 등급씩 낮아진 곳이 많다”고 말했다. 공사 전 33·34·36공구가 Ⅰa(매우 좋음), 16·23·29·31·32 공구가 Ⅰb(좋음), 1∼7·13공구가 Ⅱ(약간 좋음)를 나타냈다. 2010년 공사중에는 Ⅰa등급 구간은 없고, 대부분 공구에서 Ⅰb와 Ⅱ를 나타냈다. 21공구는 Ⅲ(보통)을 기록했다. 부유물질(SS)은 공사 전에는 대부분 구간이 Ⅲ을 나타냈고, 1·3·4·5 등 4개 공구만 Ⅴ(나쁨)를 기록했다. 공사 중에는 V등급 공구가 11개로 늘고, 나머지 대부분이 Ⅲ등급이었다.
그러나 한강은 BOD 기준 수질이 공사전보다 공사 중에 오히려 더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6공구 BOD는 Ⅱ등급(약간 좋음)에서 Ⅰb(좋음)로 수질이 한 단계 높아졌다. 부유물질은 공사전과 공사후가 거의 비슷했다.
◇동물 출현종수만 표시=동·식물상에 대한 조사도 일관성이 없고 부실하다. 우선 큰 문제점은 공구 구분의 불명확성이다. 보고서는 “작성자만이 파악할 수 있도록 내용을 제시해서는 효율적으로 이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낙동강과 금강은 각각 14개, 5개 공구에서 저서대형무척추동물 군집분석 현황이 없다. 26·27공구는 공구별 구분 없이 군집 분석현황을 제시했다.
특히 동물의 경우 출현종의 수만 조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사 개시전과 환경영향평가 및 공사 중의 조사 시기와 빈도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발견된 종의 수는 공사가 동물의 서식환경에 미친 영향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따라서 개체수조사가 병행돼야 하는데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어류는 개체수 자료가 일부 나와 있지만, 수서곤충과 귀이빨대칭이(조개류) 같은 저서생물은 그런 자료가 없었다. 멸종위기 생물종이 발견되는 공구에서는 해당 생물군에 대한 정밀조사가 실시됐다. 그러나 해당 생물군의 개체군 크기, 서식분포 범위, 공사중 반응 정도 등이 정량적으로 제시되지는 않았다.
◇사후환경영향조사의 문제점=가장 큰 문제는 사업시작 전, 그리고 환경영향평가 때의 조사자료와 공사 중 조사자료를 일목요연하게 비교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후환경영향조사의 구간별 표준화가 안 됐고, 이를 총괄하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작성된 국립환경과학원의 ‘보설치 전후 환경성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BOD나 SS 농도가 높게 나온다든가 하는 등의 문제가 있는 구간의 데이터는 수치를 단일수치가 아닌 구간에 걸쳐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BOD가 4.8㎎/ℓ면 3∼5㎎/ℓ라고 표기하는 식이다. 또한 구간별로 측정 항목 수가 달라서 수질 지표가 나와 있는 구간과 안 나와 있는 구간이 혼재한다. 따라서 “조사를 일부러 일관성 없게 실시했다” “일부러 일목요연하지 않게 작성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는 실정이다.
◇개선방안=현재 공구별로 사업주체가 사후환경영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사후평가를 위해 조사에 필요한 사항들을 표준화하고 적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수질항목에 대해서는 월 1회, 수생태계에 대해서는 분기 1회 실시되고 있는 조사측정 주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보설치 구간, 철새도래지, 주요 생물종 서식지 등 민감지역은 계절적 특성을 반영해 조사주기를 정해야 한다.
물환경에 대한 이·화학적 분석과 생물 및 경관정보를 통합분석해야 한다. 이럴 경우 하천정비사업으로 발생하는 물환경의 구조적 측면뿐 아니라 기능적 변화까지도 분석할 수 있다. 분석결과는 현장대책을 정교하게 수립하고, 공사 후 하천 건강성을 회복하는 시간을 단축시킬 복원전략 수립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사후모니터링 전담기구의 설립도 검토해볼 만하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